성소聖所
오늘 말씀은 야곱의 베텔 이야기를 생각나게 합니다. 형 에사우를 피해 고향을 떠난 야곱은 한 곳에 이르러 잠을 잡니다. 꿈속에서 하느님의 천사들이 자신이 있는 곳과 하늘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일어나 자신이 선 곳을 하느님의 집(베텔)이라 이름 붙이고 성소로 삼습니다. 유다인들은 어떤 장소에서 하느님을 만난다고 생각하여, 성소를 중요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이방인들이나 사마리아인들과 자신들을 더욱 갈라놓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방인들이나 사마리아인들은 유다인들의 성소에 들어올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나타나엘을 보시고 칭찬하시며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 더 이상 어느 특정 장소가 아니라,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곳이,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곳이 바로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성소가 됨을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내 삶의 자리에서 선포함으로써 하늘과 땅 사이에 사다리를 놓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함으로써 가정과 사회를 거룩한 장소, 성소로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신중호 신부(의정부교구 진접성당) |
생활성서 2016년 8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