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열 처녀의 비유 말씀은 기름을 준비한 사람들을 “슬기로운” 사람들이라 부르고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어리석은” 사람들이라 부릅니다. 같은 복음서 7장에 ‘나의 말을 듣고 행하는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사람이며, 행하지 않는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을 것입니다.’(7,26)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 비추어 보았을 때 기름을 준비한 슬기로운 처녀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 하느님은 사람들을 잔치에 초대하시는 분으로 등장하십니다. 잔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뜻합니다. 

내 삶이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기쁨의 잔치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기름을 준비한 슬기로운 처녀,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슬기로움이란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을 잘 간직하고 타인에게 그 기쁨을 나누어주는 사람인 것입니다. 오늘 열 처녀에 대한 비유 말씀은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을 탓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알아듣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되자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은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의 기름을 잃지 않고 잘 간직하여, 등불을 켜 주변을 기쁨으로 밝히는 것을 말합니다.

신중호 신부(의정부교구 진접성당) |
생활성서 2016년 8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