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우물 8월호 '복음의 빛'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저이가 권위와 힘을 가지고 명령하니 더러운 영들도 나가지 않는가?”(루카 4,36)

말 씀 들 여 다 보 기
예수께서 처음 악마를 만난 건 아마도 세례 직후 광야에서 단식하고 계실 때였을 것이다. 이때 악마는 예수님을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그리고 예수께서 넘어가지 않으시자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루카 4,13) 
그런데 악마에게 ‘다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님을 만나면 꾸짖음을 당하고 쫓겨나기 일쑤였다. 악마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자기 편으로도 만들지 못하고 정면 승부에서도 번번이 패하니, 다른 싸움을 통해 예수님을 이기려 한 것이다. 악마가 시작한 다른 싸움이란 예수님과 같은 핏줄인 동족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제 예수님은 자기 백성과 싸우느라 바쁘게 되셨고, 결국 그들 지도자들 손에 목숨을 잃으셨다. 물론 예수님과 악마의 싸움이 그렇게 끝난 건 아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시어 악의 세력에 치명타를 입히셨고, 지금도 최종 승리를 향해 끊임없이 싸우고 계신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까이 있는 이들과 싸우느라 진짜 악과는 싸우지 못하게 하는 악마의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악마는 지금 느끼는 불만을 가까이 있는 힘없는 누군가에게 퍼붓도록 끊임없이 부추긴다. 이런 전략은 학창시절부터 등수를 매겨 옆에 있는 친구를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게 가르쳐 온 우리 사회에서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그렇게 불필요한 내전을 치르는 동안, 악마는 더욱더 제 힘을 키워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