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으로 어머니 배에서 나온 이 몸, 알몸으로 그리 돌아가리라.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욥 1,21).
우리 수도원에 큰불이 났을 때 한 형제의 체험이 떠오릅니다. 이 수사님은 당신의 방과 함께 수도원 건물이 불에 타는 것을 보고 욥의 이 고백을 읊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믿음인지요. 그 당시 저는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는데, 우리 수사님은 불행 중에서도 주님의 섭리를 미리 내다보고 주님께 찬미를 드린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욥기에서 우리는 불행 중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고 희망하고 찬양하는 의인 욥을 만납니다. 욥은 우리 인간이 ‘알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도록 이끕니다. 그 어느 것도 제 것이 아닌 우리 존재의 작음을 드러냅니다. 우리의 모든 것이 ‘하느님의 손’에 있음을 밝힙니다.
어제 농민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가 선종하셨습니다. 거의 전 생을 농촌 살리기에 헌신하다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쓰러진 후 317일만에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분의 죽음에서 욥의 외침을 듣습니다. 이 희생이 헛되지 않음을 우리는 압니다. 아픈 마음으로 이 영혼을 하느님의 손에 맡겨드리며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스페인 성 베네딕도회 라바날 델 까미노 수도원에서
인영균 끌레멘스 수사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