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 손에는 무엇이 들려 있을까요?
어제 포도잼을 만들면서 ‘체’를 썼습니다. 껍질과 씨앗을 육질과 분리하기 위해서였지요. 훗날 우리가 하늘 나라에 가면서도 걸러질 것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지니고 가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적어도 분명한 것은 육신을 내려놓고 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육신은 땅에서 썩어가지요.
육신이 내려지게 되면, 그 육신과 관련된 모든 것도 내려지게 됩니다. 집, 직장, 미모 등등의 모든 것이 육신과 함께 지상에 놓여지게 됩니다. 권력도, 명예도, 학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스마트폰에 대한 엄청난 지식을 지니고 있더라도 아마존에 가서 스마트폰을 쓸 게 아니라면 거기서는 아무 소용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상에서 습득한 만물에 관한 지식은 천국에 가면 대부분 소용없는 것들 뿐입니다. 권력도 명예도 세속적인 것이라면 모두 내려놓고 가야 하는 것이고 그 자리는 어느샌가 다른 이들이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용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영원’을 품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사랑은 영원합니다. 기쁨도 영원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요. 이처럼 모든 내적 가치들은 영원을 품을 수 있게 되고, 따라서 영원히 남게 됩니다.
체로 걸러진 뒤에 그 체를 통과하고 남게 될 것, 과연 우리에게 있어서는 무엇이 될까요? 단순히 좋은 속성들만 영원히 남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증오와 분노와 같은 것도 채를 걸러 통과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입니다. 그래서 영원한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혀 살아갈 수도 있지요.
결국 우리 손에 들려있게 될 것들을 지금부터 잘 분별하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하느님 앞에 찬미와 감사와 영광, 그리고 겸손과 기도, 무엇보다도 일상 안에서의 사랑과 기쁨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