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모임은 이미 이전에 생겨났습니다. 바로 이스라엘 백성들이었지요. 하지만 그들은 다음과 같은 준엄한 경고를 받습니다.

이제 내가 내 포도밭에 무슨 일을 하려는지 너희에게 알려 주리라. 울타리를 걷어치워 뜯어 먹히게 하고, 담을 허물어 짓밟히게 하리라. 그것을 황폐하게 내버려 두어 가지치기도 못 하고 김매기도 못 하게 하여, 가시덤불과 엉겅퀴가 올라오게 하리라. 또 구름에게 명령하여 그 위에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리라. 만군의 주님의 포도밭은 이스라엘 집안이요, 유다 사람들은 그분께서 좋아하시는 나무라네. 그분께서는 공정을 바라셨는데 피 흘림이 웬 말이냐? 정의를 바라셨는데 울부짖음이 웬 말이냐? (이사 5,5-7)

하느님이 세우신 포도밭에서 피흘림과 울부짖음이 그치질 않자 하느님은 그 포도밭을 치워 버리기로 결심하신 셈입니다. 열매들이 썩어가고 벌레들이 들끓기만 하는 포도밭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셈이지요.

하느님은 세울 수도 치울 수도 있는 분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쏟아 지금의 포도밭을 만드셨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외아들까지 내어 주시면서 지금의 포도밭을 가꾸셨지요. 우리로서는 단 하나의 과업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열매 맺기”

바로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열매를 맺는 데에 필요한 토지와 물과 빛은 모두 하느님께서 내어 주십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과업, 열매만 잘 맺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 열매는 2독서에 잘 드러납니다.

형제 여러분,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 그리고 나에게서 배우고 받고 듣고 본 것을 그대로 실천하십시오.(필리피 6,8-9)

우리는 우리의 내면 안에 이러한 열매들을 잘 가꾸어 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우리 안에서부터 피 흘림(증오)을 시작하고 울부짖음(슬픔, 탄식)을 시작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열매를 맺는 데에는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깨끗한 양심과 선의, 성실함과 꾸준함이면 충분합니다. 헌데 언제부터 우리가 늘 투덜거리기만 하는 족속이 되어 버린건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조금 부족하다고, 모든 것을 주신 분에게 불평을 시작합니다. 차라리 불평이라도 하면 다행일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분을 ‘잊어 버렸습니다.’ 아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일어날 일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모든 것을 이루신 그분은 열매 맺지 않는 포도나무를 거두어 가실 것입니다.

우리의 유일한 과업은 ‘열매 맺기’ 뿐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더러 포도밭을 일구라고도 하지 않으셨고, 확을 파고 탑을 세우라고 하신 적도 없습니다. 그저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할 일을 합시다. 열심히 사랑하고 그 사랑을 우리 안에 거두어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