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요한이 예수님께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마르 9,38)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제자들이 막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초대 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반영된 것으로서 예수님 승천 이후에 그분의 제자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여러 활동들을 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사실 이것은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예수님의 이름으로 활동을 할 수 있는가?’ 라고 물었을 때 우리도 그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교 신자나 이슬람교 신자 혹은 무신론자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설교를 하고 활동을 한다면 우리는 분명 그 사람들을 비판하고 너희가 왜 그렇게 하냐면서 못하도록 막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답변을 들어봐야 하겠습니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마르 9,39-40)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을 막지 말라고 하십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활동을 하면서 당신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실 지지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을 조금 더 폭넓게 해석해 보면,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서 꼭 자기들 공동체에 속해 있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넓고 관용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이 말씀을 실천하기까지는 무려 2천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2천 년 동안 우리 교회는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 라는 모토를 내걸고,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 들어와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교회 밖의 사람들을 모두 단죄했습니다.

 

 그러다가 1962년 교황 요한 23세의 소집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리면서 교회는 세상을 향해 그 문을 활짝 열게 되었습니다. 공의회는 교회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의 구원에 대하여 이렇게 선포했습니다.

 

“자기 탓 없이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분의 교회를 모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양심의 명령을 통하여 알게 된 하느님의 뜻을 은총의 영향 아래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섭리는 자기 탓 없이 아직 하느님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바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원에 필요한 도움을 거절하지 않으십니다. 사실 그들이 지닌 좋은 것, 참된 것은 무엇이든지 다 교회는 복음의 준비로 여기며, 모든 사람이 마침내 생명을 얻도록 빛을 비추시는 분께서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교회 헌장」 16항)

 

 그리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선포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다른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생활 양식과 행동 방식뿐 아니라 그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합니다. 그것이 비록 가톨릭 교회에서 주장하고 가르치는 것과는 여러 가지로 다르더라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진리의 빛을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지혜와 사랑으로 다른 종교의 신자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생활을 증언하는 한편, 다른 종교인들의 정신적 도덕적 자산과 사회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며 증진하도록 모든 자녀들에게 권고합니다.”(「비그리스도교 선언」 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