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가 물가에 서 있는 구경꾼이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아봅니다. 물가에 서 있던 예수님과 제자들의 거리는 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백 미터 밖에 서 있는 사람을 육안으로 알아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 제자가 예수님을 알아본 것은 시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오늘 복음의 상황을 통해 알아본 것입니다. 지금 이 상황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처음으로 갈릴래아 호수에서 만났을 때의 상황과 똑같았던 것입니다.

 그때도 제자들은 밤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물을 내리자 수많은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루카 5,10) 그 뒤 베드로와 제자들은 예수님과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사람 낚는 어부가 되는 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오늘 다시 수많은 물고기를 잡게 하심으로써 이제는 제자들이 진정 수많은 사람들을 낚아 올릴 어부가 되리라는 것을 보여주십니다.

 우리도 살아가다보면 오늘 제자들이 했던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내 힘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고, 이제는 정말 끝이구나 하는 막막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주님은 우리 곁에 계십니다. 우리를 부르시며 다시 시작하라고 힘과 용기를 주십니다.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을수록 주님이 내 곁에 계신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주님께서 내 곁에 함께 계시지 않는 순간은 없지만, 우리가 평소에는 그분을 별로 찾지 않습니다. 그러나 힘들고 지치고 불안하고 막막할 때 우리는 주님을 찾습니다. 그래서 그런 상황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약이 되고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옆을 보지 않고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릅니다. 그러나 그때서야 우리는 다시 뒤를 돌아보게 되고 옆을 보게 됩니다.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올 때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그때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삶의 여유를 다시 조금씩 찾기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시편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시편 46,11)

 우리가 자신이 가던 길에서 멈출 때 그때 하느님을 찾고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그리고 우리가 멈추지 못한다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멈추게 하실 것입니다. 뜻밖의 일과 시련과 막다른 골목길은 사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멈추게 하는 도구들입니다. 그것들을 통해 우리가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느님을 찾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하느님 없이 나아가는 길은 아무 의미 없는 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본 것처럼 예수님 없이 던지는 그물질은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했지만, 예수님 말씀에 따라 던지는 그물은 수많은 물고기를 잡게 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삶의 바다에서 어떻게 그물을 던져야 할지를 오늘 복음이 분명히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