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말씀은 믿음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오늘 주님은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너희가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라고 가르치십니다.

지난 추석에 아름다운 기사가 신문에 실렸습니다. 간경화에 결려서 5년 전부터 고생하시던 56세 된 아버지에게 26살 된 아들이 간이식수술을 해드렸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수술은 1년 전에 아들이 해드리려고 했는데 아버님이 거부하시고 일부러 의사에게 부탁하여 아들의 간이 작아서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했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간을 키우기 위하여 일부러 몸무게를 늘리고 올해 다시 의사에게 부탁하여 허락을 받아냈다고 합니다. 우리 성당가족 모두에게도 이 아버지와 아들과 같은 헌신적인 사랑이 가득차길 기원합니다.

이 기사내용은 사실 부모자식 간에 당연히 해야 할 도리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의 부인과 어린자식을 핑계로 어렵게 느껴지게 됩니다. 이것은 하느님에게 향하는 우리의 마음과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지켜주시고 사랑하셔서, 자신의 몸을 찢어가면서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만약 우리의 어버이이신 하느님이 돌아가시게 된다면, 우리는 달려가서 구해드려야 합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너의 소중한 삶을 나누어 달라고 부탁하시면 우리는 그 부탁을 들어주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시지는 않습니다. 그저 6일 동안 마음껏 살다가 주일 하루만 나를 만나러 오라고 부탁하십니다. 아침 저녁 짧은 시간이라도 나를 기억하고 만나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남을 탓하고 공동체를 탓하면서 주일미사에 불참하곤 합니다. 주님은 많은 것을 봉헌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얄팍한 내 것을 내놓지 못하고, 봉사도 못하고, 사랑도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성심회 모임에 참석하면 많은 분들이 옛날에 수 많은 봉사활동을 하셨으면서도, 지금은 몸이 불편하여 묵주기도밖에 드리지 못하는 현실에 죄송스러워 합니다. 자기가 할 일을 다하고서도 저는 쓸모없는 종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젊고 봉사할 힘이 있는데도 최선을 다하지 않고 힘들다고 뒷걸음을 칩니다. 당연한일을 당연히 해나가고, 할 일을 다하고 나서도 이몸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