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평화를 주신다고 분명히 약속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약속하신 평화는 우리 내면의 평화입니다. 우리들의 마음속은 잠시도 평화롭지 못합니다. 끊임없이 걱정과 고민과 불안과 스트레스와 아픔과 상처와 미움을 안고 사는 우리들의 마음에는 평화가 정말 절실히 필요합니다. 바로 그 평화를 예수님이 주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이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찾아야만 하고, 예수님께 온전히 우리의 마음을 맡겨드려야 하며, 예수님 안에 머물러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수님께 우리의 시간을 먼저 내어드려야만 합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우리가 예수님께 내어드리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하루 중에 예수님께 내어드리는 시간이 전혀 없는 사람들은 신앙인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천주교’라는 종교를 가진 종교인일 뿐입니다.

 세례만 받았다고 해서 다 신앙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신자들이 무신론자보다 더한 종교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에서 하느님은 아무 자리도 차지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시간 안에서 예수님은 거의 계실 자리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주일 미사는 그저 하나의 의무 사항인 경우가 많습니다. 빠지면 고해성사를 드려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드리게 되고, 그나마도 한 번 두 번 계속 빠지다 보면 이제 아예 성당과는 담을 쌓고 살게 됩니다.

 신앙생활이 미사와 고해성사에만 국한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 신앙생활의 본질이자 핵심은 내가 살아계신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만나고, 나를 향한 그분의 사랑을 깨닫고, 나를 구원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이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 없이 살아왔던 것들은 모두 버리고, 이제는 하느님의 뜻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참된 신앙생활에는 반드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기 위해서는 거의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세상일에 있어서 우리는 늘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지만, 신기하게도 성당에만 오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사람들이 됩니다.

 돈이나 직업이나 나의 꿈과 같은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노력을 다 쏟아 붓지만, 나의 신앙과 나의 구원을 위해서는 아무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분명 모순된 것입니다. 구원이 저절로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나는 예수님을 알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고, 예수님을 얼마나 자주 찾으며, 예수님께 나의 시간을 얼마나 내어 드리고 있는지, 나의 신앙생활을 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