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어떤 율법 교사와 예수님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율법 교사는 예수님께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이 물음은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그 답을 알고 싶은 물음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다 영원히 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오히려 율법 교사에게 성경에 무엇이라고 쓰여 있는지 되물으십니다. 율법 교사는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신명 6,5)라는 신명기의 말씀과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는 레위기의 말씀을 대답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 교사의 대답이 옳다고 하시며, 그렇게 하면 영원히 살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냥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영원한 생명이 달려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신앙의 핵심이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핵심은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신앙의 여러 계명들은 사랑하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으며 사랑으로 지켜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두 가지 다른 길이 아니라 하나의 길입니다. 사도 요한이 그의 첫 번째 편지에서 이것을 분명히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누가 ‘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그분에게서 받은 계명은 이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1요한 4,20-21) 그러면 여기서 형제는 누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형제가 누구냐에 따라서 내가 사랑해야할 사람의 범위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물음은 오늘 복음에서 율법 교사가 예수님께 던진 물음과도 일치합니다.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29) 예수님은 율법 교사의 이 물음에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이 사마리아인은 강도를 당한 사람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평소에 전혀 알지 못했고 아무 인연도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사마리아인과 유대인은 서로 원수지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마리아인은 강도를 만난 유대인을 사랑으로 돌보아 주었습니다. 여기서 율법 교사가 질문한 이웃과 사도 요한이 말한 형제의 개념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것은 내 가족, 내 주위 사람의 범위를 완전히 뛰어넘어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 한 마디로 말해서 모든 사람이 다 나의 이웃이고 형제라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나의 이웃이고 형제라고 해서 내가 세상 모든 사람을 매순간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다 만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본 것처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웃이 되어줄 수 있고, 형제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만나는 그 순간 그 사람이 바로 나의 이웃이고, 형제이며 그 순간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면 사실 몇 명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외의 나머지 사람들은 나의 사랑의 울타리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늘 비유에서 본 것처럼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비유 말씀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사랑의 울타리를 넘어설 것을 요구합니다. 나의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범주를 뛰어넘을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 주어서, 그들에게 내가 먼저 이웃이 되어 주고, 형제가 되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가장 큰 계명이며,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입니다. 사도 요한은 우리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