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말씀은 마태오 복음서의 저자가 5장에서 7장까지 예수님의 말씀들을 모아놓은 ‘산상설교’의 첫 번째 부분입니다. 예수님께서 여덟 가지 복을 선언하셨다고 해서 우리는 오늘 복음 말씀을 ‘진복선언’, 또는 ‘진복팔단’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우리가 얼핏 들으면 조금 의아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슬퍼하는 사람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선포하신 행복은 글자 그대로의 행복이 아니라 하느님의 축복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과 하느님의 축복은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예수님은 마음이 가난하고, 슬퍼하고, 온유하고,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르고, 자비롭고, 마음이 깨끗하고, 평화를 이루고,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 그냥 행복하다고 하신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복되다고 선포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선포는 이 세상의 논리와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을 완전히 뒤엎는 새로운 말씀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 말씀은 우리가 믿고 있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가난하고 박해받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계시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 아버지이십니다.

 

 그런 사람들이 복된 이유는 바로 이런 하느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다보면 시련과 고통과 박해의 순간들을 만나게 되고, 힘겨움과 슬픔에 눈물을 흘릴 때도 있습니다. 그때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와 함께 아파하시고 눈물을 흘리시기에 우리는 복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분명히 믿고 살아갈 때 우리는 그 어떤 시련이나 고통이 찾아와도 하느님 안에서 견디어 낼 것이며 그 안에서 하느님을 더욱 깊이 만나고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대로 살려고 하면 반드시 세상의 박해를 받게 됩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길입니다. 사도 요한이 그 이유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세상이 우리를 알지 못하는 까닭은 세상이 그분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1요한 3,1)

 

 이 말씀 그대로 세상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하느님의 자녀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길은 세상 사람들의 길과는 분명히 다르며, 그 길은 비록 비좁고 고통스럽고 십자가를 져야만 하는 길이지만, 그 길의 마지막에는 하느님의 따뜻한 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