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대종경 교의품 38장에 보면 세상을 운전하는 두개의 수레바퀴가 종교와 정치라고 소개되어 있다.  

 

세상이 지금껏 무수한 변고 속에서도 존재해온 것은 눈에 보여지는 정치 메카니즘에 의한 치세의 덕일 수 있겠으나 고개를 들어 그 뒤를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이 땅의 생명들을 위해 기도해온 영적 지도자들과 그 커뮤니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군인들이 지킨다면 인류의 영혼과 영적 영역은 바로 수도자들이 지켜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 나라를 위해 종교인들은 그들만이 맡을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종교의 수레바퀴다. 반대쪽 바퀴는 수도복을 입지 않은 이들, 즉 크게 성장한 시민사회와 기성 정치인들이 맡아야 할 영역이라고 본다. 내가 스스로 읽고 이해한 교전에서 스승님은 분명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듯싶다. 

 

정산종사께서도 건국론에서 '정신으로써 근본을 삼고, 정치와 교육으로써 줄기를 삼고, 국방 건설 경제로써 가지와 잎을 삼아야 한다'고 하셨다고 들었다.        

 

여기서 근본에 해당하는 정신은 종교인들의 영역이며 바로 이나라가 살기 위한 가장 근본 뿌리로 보고 계시는 것으로 해석된다. 뿌리가 깊이 자리를 잡아야 나머지 줄기와 가지가 사는데 어찌하는 것이 뿌리를 깊이 박는 것인가?  정산종사 말씀에서 해답이 찾아진다. 교육과 교화와 자선.  교육 교화 자선은 교단의 세 가지 사업 목표일 뿐 아니라 우리 공도 사업자들의 영생의 세 가지 봉공 요건이라셨다.  

 

이 세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 회상의 핵심이라는 말씀으로 이해된다. 그 구동축은 누가 뭐라해도 수도자들이다. 정산종사의 말씀은 비단 원불교가 아니라 이땅의 모든 종교에도 해당되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말씀이 아닐까싶다. 정치쪽에 붙어 있는 사람들을 영성적으로 지도하여 바른 정치의 도를 가르치는 것이 종교인들이 할수 있는 최선의 정치참여가 아닐까 싶다. 

 

일제치하의 정치상황에서도 대종사는 이 말씀을 지키셨다고 본다. 나철의 대종교처럼 무장투쟁으로 독립을 쟁취하고자 나서지 않았고 정치적 소용돌이가 있을때마다 개벽의 상두소리니 어서 가서 기도드리자고 하셨다지 않은가?

기미년 삼일운동때 만세 부르러 나가자고 소리치지 않으셨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미 생명의 실상과 우주 변화의 원리를 깨치신 대종사께서는 세상의 일들을(나라를 잃는 다는 것이 얼마나 통탄스러운 일이겠는가만서도) 단지 개벽을 향한 과정에 반드시 거쳐야하는 일들로 이해하시고 물리적 행동보다는 영적진화를 이끌어 내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얼핏 보면 이 얼마나 비겁한 모습인가? 그러나 대종사님의 이런 모습을 생존을 위한 타협으로 보는 원불교 멤버는 없을 것이다. 왜 일제치하의 암울한 시기에 대종사님은 정치적 행동과 언행을 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해 본다. 독립투쟁은 그 어떤 것보다 큰 가치를 내포한 일이었지만 대종사는 영적 지도자로서 종교의 수레바퀴 측에 있는 것이 궁극의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대종사님과 정산종사님의 법어로 교전을 만든 이유는 우리 모두가 그분들의 삶을 배우고 익혀서 그분들을 닮아가라는 취지일 것이다. 체받는다는 것은  스승들을 벤치마킹하라는 것일진대 나는 그분들의 모습에서 종교인으로서 행한 과도한 정치적 언행을 읽어내지 못했다.       

 

종교인, 수도자들이 나서지 않아도   이땅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임을 생각하면 더욱 스승님들의 말씀이 깊이 다가온다. 교전에 다 나와있지 않은가...

* 원불교 초심자인 제가 페북을 통해 느끼게된 의문을 스스로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