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부유한 곳간
제 동창 신부 중 하나는 베풀기를 참 잘합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나누고 베풀 때 제일 행복하다는 신념이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미혼모의 집, 유학 떠나는 신학생, 군종 신부, 복지단체, 지나가는 걸인 등 그 대상도 다양합니다. 그렇게 베풀고도 돈이 남아 있으면 본당 어르신 식사 대접이나 봉사자들 밥 한 끼라도 사줍니다.
“그래도 괜찮아? 너무 궁하면 급하고 더 필요할 때 힘들지 않을까?” 그러면 웃으며 말합니다. “괜찮아. 필요하면 또 생겨. 쌓아 놓고 혼자 즐거워하는 돈이 아니라, 나누고 베풀어서 행복한 돈으로 만들라고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거니까.” 이 대답을 들으며 ‘가장 부유한 곳간을 가진 자유롭고 행복한 부자구나.’ 하는 생각에 제 마음도 따뜻해지고 함께 부유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나누고 베풀라는 말도 자주 들었고, 나누고 베풀 때 더 행복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천해보지 않고는 깨달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본질이 다릅니다. 아는 것은 그저 아는 것을 쌓아둘 뿐이지만, 깨달으면 삶이 행복하고 풍요롭게 변화됩니다. 오늘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그런 뜻이겠지요. 꼭 돈이 아니어도 말 한마디, 손짓 하나, 한 발짝의 발걸음, 미소 한 번, 곁에 머물러 귀여겨 들어주는 시간이 누군가에게 베풀어질수록 내 삶의 행복 곳간은 점점 가득 채워집니다.
강희재 신부(수원교구 복음화국) |
생활성서 2016년 7월호 '소금항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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