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그라든 사람의 치유
손이 오그라든 조막손을 가진 사람을 회당에서 안식일에 고치시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그에게 “일어나 가운데에 서라.”고 하면서 고치십니다. 슬그머니 고치시지 않고 공개적으로 말입니다. 그는 오른손이 오그라든 채 살아온 사람입니다. 손이 오그라들었는데 마음도 삶도 다 오그라들었겠지요. 자신을 측은하게 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고, 때로는 죄의 결과로 그리되었다고 자신을 경멸하는 이들의 판단이 두렵고,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자책에 잠긴 신세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을 것입니다. 

그래서 점점 더 뒤로 숨어버리는, 앞으로 나서지 않고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회당 한가운데로 불러내십니다. 모두가 지켜보는, 절대로 나설 수 없는 그 자리로. 게다가 소매 속에 감추어둔 손은 뻗으라고 명령하십니다. 보여주기 싫은 치부인데 말입니다. 주저하면서 한가운데 서고, 쭈뼛거리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는 나았습니다. 

나의 나약함, 허물, 상처, 실패, 결함, 부끄러움은 우리가 드러내기 싫어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감추고 덮어버리고 모른 척합니다. 들통날까봐 전전긍긍, 알려질까봐 노심초사! 예수님은 위축된 삶을 치유하십니다. 그러나 먼저, 내어 놓아야 치유됩니다. 감추면 더 곪아버립니다.

남상근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
생활성서 2016년 9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