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는 죽은 이에게 입히기 좋게 되어 있습니다. 죽고 나면 몸이 굳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입는 옷은 살아있는 이를 위한 옷입니다. 때로는 아주 타이트해서 입기 힘든 것인데도 패션을 생각해서 살아있는 몸을 억지로 집어넣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입는 것이 가능하지요. 왜냐하면 우리의 살아있는 몸은 부드럽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법과 제도는 말을 듣지 않는 이들 때문에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을 자꾸 죽여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니 ‘죽이지 말라’라는 법이 등장하는 것이지요. 서로들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법과 제도의 근본에는 ‘불법의 유혹’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실제로는 양이 나가서 놀고 싶은데 ‘울타리’ 때문에 나가서 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반면 예수님이 가르치려는 바는 완전히 방향이 다릅니다. 예수님은 이러저러한 걸 하지 말라고 추스리려는 게 아니라 이러저러한 걸 하라고 가르치고 계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그것이 가장 완전한 길이라고 가르치십니다. 전혀 새로운 가르침이지요. 맹수에 물리니 밖에 나가지 말라는 식의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 가르침이 아니라 집안에서 형으로서 동생들을 보살피고 그 밖에도 할 일이 많으니 그 일을 하라는 따스한 사랑의 가르침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것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담아내려 합니다. 죽은 이들이 입는 옷을 산 이들에게 입히려는 모습이지요. 산 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옷이 필요한 법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두려움으로 모실 게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분으로 모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