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루카 12,49)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는 예수님의 이 말씀은 무슨 뜻일까요? 진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불을 지르러 왔다는 의미일까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 기간 중에 불장난을 하셨거나, 혹은 어느 집이나 산에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는 복음서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비유적으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불은 자기 혼자 활활 타오를 수 없습니다. 반드시 무언가를 태워야만 합니다. 무언가를 태워 버리면서 불은 활활 타오르고, 그 무언가는 타오르는 불로 인해 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교부들은 불을 우리의 죄와 잘못을 태워 없애는 정화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성령을 거슬러 모독하는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은 현세에서도 내세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마태 12,32) 이라고 진리이신 분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보아, 가벼운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심판하기 전에 정화하는 불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이 구절에서 우리는, 어떤 죄들은 현세에서 용서받을 수 있지만 다른 어떤 죄들은 내세에서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대화집』 4,41,3)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우리에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경고대로 우리는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므로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단 한 번뿐인 우리 지상 생활의 여정을 마친 다음에 주님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 축복받은 이들과 함께 헤아려질 수 있을 것이며, 악하고 게으른 종들처럼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거나 바깥 어둠 속에 내쫓아 거기에서 절치 통곡하게 하라는 명령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교회 헌장, 48항)

 

 불은 타오르면서 열을 냅니다. 그리고 그 열기가 주위로 계속 번지며 다른 것들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을 인간의 열정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열정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열정으로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킵니다. 사도 바오로가 그러했고, 교회의 수많은 성인 성녀들이 다 그러했으며, 현대의 마더 데레사나,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다 그러합니다.

 

 우리는 신앙인이기에 무엇보다도 이런 신앙의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많은 신자들이 다이어트를 하거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보거나 취미 활동을 하거나 세상적으로 뭔가를 성취하려할 때 굉장한 열정을 가지고 하는 반면에 신앙적인 것에는 거의 무관심하거나 수동적인 모습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때로는 그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고, 신앙의 열정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고 그것을 삶으로 보여주지 못한 우리 사제들의 책임도 있음을 깊이 절감했습니다.

 

 제 짧은 경험상, 신앙의 열정은 누가 옆에서 말로 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신앙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구원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나를 창조해주시고 나를 사랑해주시는 하느님께 어떤 삶으로 보답을 해드려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신앙의 열정을 키워나가고 그 열정으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