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입니다. 한 해 동안 일용할 양식을 풍성히 내려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신 조상님들을 기억하고, 친지들이 함께 모여 제사도 드리고, 음식을 나누는 기쁜 축제의 날입니다.

 한국에서 추석을 앞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정말 놀랍게도 기쁨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그저 ‘추석’ 하면 연휴를 떠올립니다. 쉬는 날짜가 얼마나 되는지, 직장에서 얼마나 쉬게 해주는지를 먼저 계산합니다. 저는 우리가 지금 중요한 뭔가를 잃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축제의 기쁨’입니다.

 축제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언제나 인간 공동체 안에 있어온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그 나라 고유의 축제가 있으며, 어느 종교를 찾아보아도 그 종교 고유의 축제가 있습니다. 축제는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지쳐 있는 인간을 편히 쉬게 해주고, 여유를 찾게 해주며, 기쁨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축제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늘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 되풀이될 뿐입니다.

 우리 민족은 과거에는 많은 축제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축제들이 사라져 가고, 이제는 한가위와 설날만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두 명절 또한 거의 이름만 남아 있을 뿐, 많은 사람들은 그저 긴 연휴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 명절들 또한 사라져 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 민족에게는 이제 그 어떤 축제도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우리는 잃어가고 있는 축제의 기쁨을 되찾아야 합니다. 사는 게 빡빡하고 힘들다면 더욱더 축제의 기쁨을 되찾아야 합니다. 축제는 놀러가는 기쁨을 누리는 날이 아닙니다. 그 축제의 의미를 살려 축제 안에서 기쁨을 누려야 합니다. 오늘은 우리 국민 모두의 축제날입니다. 세상일과 걱정과 시름은 잠시 다 접어 두고 가족, 친지들과 함께 모여 축제의 기쁨을 나누어야 하는 날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 모두가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한가위를 보내시기를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