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으로, 가르치고 꾸짖고 바로잡고 의롭게 살도록 교육하는 데에 유익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람이 온갖 선행을 할 능력을 갖춘 유능한 사람이 되게 해 줍니다.”(2티모 3,16-17)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이 기록된 책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는 성경을 읽고 그 안에 담겨진 하느님의 말씀을 깨달아야 합니다. 오늘날 가톨릭 교회 신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경을 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경을 읽지 않으니 하느님을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잘 모르는 하느님을 제대로 믿지 못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루카 18,8)

 하느님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신앙생활은 우리에게 의무감만 안겨 줍니다. 의무감으로 하는 신앙생활은 우리에게 참된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신앙이 없는 세상 사람들의 삶이 편안해 보이고, 신앙생활은 왠지 모를 구속을 나에게 안겨 줍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서 냉담을 합니다.

 우리는 사실 성경 말씀을 최소한 매주 듣지만, 제대로 듣지 않습니다. 정말 나에게 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듣지 않습니다. 그저 다른 생각으로, 분심 잡념 속에서, 혹은 그저 주보를 읽으며 말씀을 흘려버립니다. 그리고 성찬의 전례 때 성체를 받아 모시고 사제의 강복을 받고 나면 주일 미사 의무를 다하고 끝입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세속의 삶을 살아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들이 하느님께 끊임없이 청하면 다 들어주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고, 만나본 적도 없으며, 평소에 찾지도 않던 하느님께 우리가 어떻게 끊임없이 청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필요할 때만 청하고, 그것도 제대로 기도해 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청해야 할지도 모르는 우리들입니다.

 성경을 읽지 않는 사람은 기도에 대해서도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모두 성경에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기도는 성경에 다 들어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사도신경, 묵주기도 등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모두 다 성경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그저 입으로 기도문을 중얼거리기만 하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독백일 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기에(히브 4,12) 우리가 제대로 읽고 듣고 묵상한다면 그 말씀이 우리를 변화시켜 줄 것입니다. 우리를 새롭게 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에야 우리는 오늘 사도 바오로가 말한 것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다른 사람에게 선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바오로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 끈기를 다하여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타이르고 꾸짖고 격려하십시오.”(2티모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