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독서 말씀과 복음 말씀은 흐름도 거의 비슷하고 내용도 거의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예언자 엘리사를 통하여 굶주린 당신 백성을 배불리 먹이신 것처럼 이제는 하느님과 똑같으신 당신의 외아드님께서 직접 굶주린 당신 백성을 배불리 먹이신 것입니다. 엘리사는 시종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 군중이 먹도록 나누어 주어라. 주님께서 이들이 먹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2열왕 4,43)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말씀 없이 당신이 직접 사람들에게 빵과 물고기를 원하는 대로 나누어 주셨습니다.(요한 6,11)

여기서 백 명과 오천 명이라는 숫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실제로 그 숫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였다는 것입니다. 누가 그 순간에 사람들 숫자를 세고 앉아 있었겠습니까? 지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었느냐가 아니라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과 똑같이 당신의 백성들을 배불리 먹여주시는 분이라는 사실이 오늘 이 기적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늘 이 이야기가 사람들이 각자의 먹거리를 조금씩 서로 나누어 먹었고, 예수님이 그렇게 하도록 그들을 움직였다는 해석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입니다. 마태오와 마르코와 루카 복음서를 보면 세 복음서 모두 공통적으로 군중이 먹을 것이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중을 돌려보내어 먹을 것을 구하게 해야 한다고 제자들이 예수님께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14절을 보면,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하고 말하였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일으키신 표징은 그저 단순히 군중들이 서로 가진 음식을 나누게 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요한 복음서의 저자는 표징이란 말을 그런 의미로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요한이 사용하는 표징이란 말은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을 가리키는 데 그것도 그냥 기적이 아니라 예수님이 구세주요 메시아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기적을 가리킬 때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중이 예수님을 구약에 예언된 바로 그 메시아로 알아본 것입니다. 그리고 메시아로 알아본 예수님을 임금으로 모시려고까지 한 것입니다.(요한 6,15) 그러나 예수님은 혼자서 산으로 물러가십니다.(요한 6,15) 당신은 이 세상의 임금으로 이 땅에 온 것이 아니고, 이 세상의 임금이 되려고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신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기적을 행하신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왔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돌보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굶주리고 목말라 하는 사람에게 하느님께서 생명의 빵과 물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예수님 자신이 이미 하느님의 놀라운 기적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으로 내려오셨다는 사실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제 예수님은 더 이상 육체의 양식이 아니라 영혼의 양식으로 굶주린 우리들을 먹여 주십니다. 우리가 미사 때마다 받아 모시는 성체가 바로 그것입니다. 성체는 살아계신 예수님의 몸입니다. 우리는 미사 중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내 안에 받아 모시게 됩니다. 이 놀라운 사실을 진정 마음으로 깨닫고 성체를 받아 모시는 분들은 복됩니다. 그분들에게는 바로 그 순간이 천국이며,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죄인의 몸과 마음 안에 들어오시는 기적의 현장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