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마음으로 주님께 노래하며 그분을 찬양하십시오.”(에페 5,19) 우리가 주님께 성가를 부르며 찬양을 드릴 때 온 마음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가 성가를 부를 때 그 성가를 듣고 계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마음으로 의식하면서 성가를 부른다면 분심 잡념이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성가를 부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성가는 하느님께 바쳐 올리는 아름다운 찬양의 경배입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성가는 두 번 기도하는 것이다.’ 라는 표현도 했습니다. 그만큼 하느님께 우리가 마음을 다해 찬양을 드릴 때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과 사랑을 깊이 체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에페 5,20)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여기서 바오로는 모든 일에 감사를 드리라고 합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 즉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불행한 일이든 괴로운 일이든 관계없이 그 모든 일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좋은 일이 생기면 하느님께 감사를 쉽게 드리지만 나쁜 일이나 괴로운 일을 겪으면 감사보다는 불평과 원망을 먼저 쏟아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이런 약함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일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오로 자신이 이것을 다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오로도 처음에는 그리고 때로는 하느님께 불평과 원망을 쏟기도 했겠지만 다시 그 괴로운 일들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 숨겨진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와 은총을 발견했기 때문에 감사를 드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해 본 분들이 있다면 바오로의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요한 6,54-55) 그 시대 사람들은 이 말씀들을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매일 미사에 참례하면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의 신비를 두고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매일 미사 중에 우리에게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서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 주십니다.

이 놀라운 신비를 우리가 진정 마음으로 깨닫는다면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미사에 참여할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하고 영원히 살고 싶어 합니다. 오래 살기 위해서라면 영원히 살기 위해서라면 가진 돈과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면 매일 미사가 봉헌될 때마다 생명의 양식이 선물로 주어지고 있는데 우리에게 미사가 그리 큰 관심과 노력의 순간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 이유는 바로 아직도 우리가 성체와 성혈의 신비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체와 성혈의 신비를 교리 지식과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 정말 믿음으로 나의 온 존재를 다하여 받아 모시지는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예수님 시대의 군중이나 우리나 그리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더욱 간절히 주님께 성체성사의 신비를 우리가 제대로 깨닫고 받아 모실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생명의 양식을 늘 받아 모신다고 할지라도 그 양식과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게 되며 우리의 신앙생활도 늘 똑같은 일상의 반복처럼 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