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에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은 뒤에 하느님께서 아담을 부르시며 이렇게 물으십니다.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하느님의 이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진실을 몰라서 아담과 하와에게 물으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셨기에, 매우 잘 아셨기에 당신의 애정 어린 호의를 밝히시고자 그들에게 있는 한계마저 배려하셨습니다. 그들이 결점을 스스로 고백하도록 권하십니다.”(『창세기 강해』 17,22)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의 해설처럼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가 어디에 숨었는지 모르셔서 그런 물음을 던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가 자신들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고 잘못을 고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죄를 고백하는 대신 끝까지 변명과 핑계만 댔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자신들의 잘못을 돌아보고 뉘우치면서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청했다면 그들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1독서의 마지막에 하느님께서는 뱀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너는 모든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네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으리라.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4-15)

 

가톨릭교회교리서는 하느님의 이 말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타락한 뒤에도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를 부르시어 악을 이기고 타락에서 다시 일어서게 하리라는 것을 신비로운 방법으로 말씀하십니다. 창세기의 이 구절은 ‘구속자 메시아’에 대한 첫 예고 곧 뱀과 여인 사이의 싸움과 이 싸움에서 마침내 이 여인의 후손이 승리하리라는 것을 처음 알리는 것이어서 ‘원복음’이라고 부릅니다.”(410항)

 

하와를 유혹했던 뱀은 악의 세력을 상징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여성과 뱀 사이에, 그리고 여성의 후손과 뱀의 후손 사이에 일어날 하나의 싸움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성경 저자의 의도를 먼저 헤아려야 합니다. 성경의 모든 이야기들은 사실 구원의 역사 안에서 그 틀이 짜여지고 하느님의 이 예언 말씀 또한 악에 대하여 결국은 선이 승리하리라는 관점 안에서 이 이야기 속에 삽입되었습니다.

 

이 예언 말씀에서 여인은 누구를 가리킵니까? 물론 하와입니다. 그러나 많은 교부들은 여인이 성모님을 가리킨다고 보았습니다. 교부들은 이 예언 말씀이 문자적 의미로는 하와를 가리키지만 예형론적인 의미로는 성모님을 가리킨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예형론이란 성경 주석에서 구약성경의 인물 혹은 사건들이 신약성경의 인물이나 사건들을 미리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는 방법론을 말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예형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비추어서 구약성경을 읽습니다. 이러한 예형론적인 성경 읽기는 구약성경의 고갈되지 않는 내용을 명백히 드러냅니다. 신약성경 역시 구약성경에 비추어서 읽어야 합니다. 옛 격언에 따르면 ‘신약성경은 구약성경 안에 감추어져 있고, 구약성경은 신약성경 안에서 드러납니다.’(In Vetere Novum lateat et in Novo Vetus pateat, 성 아우구스티노 『Quaestiones in Heptateucum』 2,73)” (129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