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 우리는 예수님의 이 말씀과는 반대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의 육신의 허기를 채워줄 양식을 얻는 데에는 온 힘을 다 쏟지만 정작 우리의 영혼의 갈망을 채워줄 양식을 얻는 데에는 아무런 노력과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영혼과 육체가 하나로 이루어진 존재입니다. 영혼과 육체는 따로 놀 수가 없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둘 중 하나라도 잘못되거나 아프면 존재 전체가 그 영향을 받습니다. 팔다리가 부러져 있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내 마음이 큰 상처를 받았을 때도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나의 육체의 필요를 채우는 데에는 온 힘을 쏟지만 내 영혼의 필요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이 시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시대는 점점 영혼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는 더 이상 영혼에 대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오직 육체에 필요한 물질만이, 육체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쾌락만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이 시대 사람들에게 영혼이라는 말과 기도라는 말 등은 어색하고 불필요하며 때로는 진부하기까지 합니다. 그러한 것들은 옛날 사람들이나 하던 것들이고 우리는 더 이상 그런 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하루 중에 영혼을 위해 쏟는 시간과 노력은 얼마나 됩니까? 생각해 보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신앙인이라고 하는 우리들 또한 영혼을 위해 쏟는 시간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육신의 양식은 매일 먹고 또 찾고 있으면서도 영혼의 양식을 얻기 위해서는 애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영혼의 양식은 오직 두 가지 뿐입니다. 말씀과 성체. 그래서 우리가 드리는 미사는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00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신앙인들에게 삶의 중심은 미사였습니다. 하루의 중심도 미사였습니다. 신앙인들은 미사에 자신의 삶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미사는 신앙인들에게 삶의 중심의 자리에서 밀려나 있습니다. 오늘날 신앙인들은 더 이상 미사에 자신의 삶을 맞추지 않습니다. 시간이 되면 미사에 참례하고 시간이 안 되면 참례하지 않습니다. 주일 미사는 빠지면 고해 성사를 드려야 하니까 참례하지만 이조차도 자기 편의와 마음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앙인들조차도 미사에서 흘러나오는 영혼의 양식에 더 이상 마음을 두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라고 말씀하셨지만 신앙인들조차도 이 말씀을 별로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배고픔과 목마름은 모두 우리 영혼의 양식에 관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과 당신의 몸과 피로 우리 영혼에 생명을 주시기에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이집트를 그리워하고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이스라엘 백성과도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매일 생명의 양식을 주시지만 우리는 받아먹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 끊임없이 불평을 쏟아내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영혼의 양식을 얻기 위해 애쓰고 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집트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과 성체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지만 이집트에서의 삶의 끝은 죽음과 멸망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