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당신 자신에 관해 하신 말씀은 제자들과 함께한 최후의 만찬에서 또 한 번 반복되며 그 후로 이천 년 동안 매일 미사 안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사에 참례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생명의 빵을 받아 모십니다. 이 생명의 빵은 바로 예수님 자신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양식으로 내어주십니다. 이 놀라운 신비를 알아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믿음입니다. 그래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성체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성체성사의 신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런데 과연 여러분들은 이 미사 중에 받아 모시는 성체가 살아계신 예수님이라는 것을 믿습니까? 나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빵이라는 것을 믿습니까? 그렇다면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는 이 생명의 빵을 받아 모시고 싶은 갈망이 가득차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받아 모시는 것이라면, 의무라서 받아 모시는 것이라면 성체는 여러분에게 아무런 의미도 가져다주지 못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선물하시려고 스스로 빵이 되신 분이십니다. 이 놀라운 사랑과 겸손의 신비를 우리가 참으로 깨닫는다면 우리도 이 사랑과 겸손을 배워나가야 합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에페 5,2)

사랑 자체이신 분을 우리 안에 받아 모시면서 우리가 예수님과 온전히 하나가 된다면 우리도 변화되어야 합니다. 외적인 변화가 아니라 내적인 변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31-32)

우리는 바오로의 이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이런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 사람은 성당 다닌다면서 왜 저럴까?’ ‘성당 다니는 사람이 더하네.’ ‘성당 다녀봤자 아무 소용없네.’ 이런 말들은 분명 신앙인으로서의 우리의 모습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듣고 영원한 생명의 빵을 받아 모신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존재와 삶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으면 선물을 준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든 답례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미사 때 예수님으로부터 예수님 자신을 선물로 받는데 예수님께도 답례를 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답례는 정해진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지금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지금 내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실지, 내가 어떻게 살기를 바라실지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하느님께 답례를 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십니다. 나를 향한 예수님의 이 놀라운 사랑을 우리는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 마음 안에는 성체를 모시고픈 깊은 갈망이 일어날 것입니다. 사랑은 서로를 결합시키고 하나 되게 하는 놀라운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는다면 우리도 사랑으로 변화되어 갈 것입니다. 우리는 점점 더 예수님을 닮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세상 사람들에게 참된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로 인하여 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