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진정 어떤 분이신지를 유대인들에게 밝히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예수님의 이 한 마디에 수많은 군중들 사이에서 엄청난 논쟁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결국 사람들은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 라고 투덜거리면서 예수님을 떠나갑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떠난 이유는 단순히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예수님에게서 그들의 필요와 욕구를 채워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하신 말씀은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담긴 말씀이냐 아니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것은 예수님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이 여기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오늘 이 사건의 핵심을 짚어 주는 예화가 하나 있습니다. 어느 날 한 젊은 수도자가 나이 많고 경험이 풍부한 수도자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사부님, 많은 사람이 수도원으로 들어오지만 끝까지 항구하게 남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어찌하여 많은 사람이 과거의 생활로 되돌아가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나이 많은 수도자가 대답합니다. “이보게. 마치 산토끼를 쫓는 사냥개들과 같은 경우일세. 사냥개 한 마리가 산토끼 뒤를 쫓으며 큰 소리로 짖네. 그러면 다른 개들은 그 사냥개의 소리만 듣고 함께 달리기 시작하지. 수많은 개가 짖어 대며 함께 달리지만 단 한 마리만 산토끼를 본 걸세. 단 한 마리만이 자기 눈으로 산토끼를 쫓고 있지. 그런데 어느 순간 실제로는 산토끼를 보지 못했지만 다른 한 마리가 보았다는 이유로 함께 뛰던 사냥개들은 숨이 헐떡거리고 지쳐서 더는 견디지 못한다네. 직접 자신의 눈을 목표에 고정한 개만이 끝까지 달려 산토끼를 낚아채는 걸세.”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맺습니다. “수도자들에게도 마찬가지 일이 일어나는 걸세. 진정으로 십자가에 못 박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시선을 고정한 사람만이 끝까지 가는 것일세.”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자신을 한 번 돌아봅시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 정말 주 예수님만을 바라보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까? 이것은 우리에게 참으로 중요한 물음입니다. 그리고 이 물음은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던진 물음과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67) 베드로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요한 6,68-69)

베드로의 이 대답을 살펴보면 여기에는 자신의 필요나 욕구를 채우는 따위의 말들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따르는 이유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며 예수님의 말씀은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베드로가 예수님을 떠나지 않았던 이유는 예수님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베드로와 다른 열한 명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르는 데 다른 목적이나 이유가 있었다면 이 상황에서 그들도 미련 없이 떠났을 것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떠나는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어찌 됐든 그들은 예수님을 떠납니다. 그리고 예수님 없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갑니다. 나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내 시선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나는 예수님만을 바라보고 예수님과의 만남과 친교와 일치를 위해서 기도와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나에게 “너도 나를 떠나고 싶으냐?” 라고 물으신다면 여러분은 예수님께 어떤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