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책을 보면 오늘 ‘주님 봉헌 축일’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성탄 다음 사십 일째 되는 날 곧 2월 2일을 주님 성탄과 주님 공현을 마감하는 주님 봉헌 축일로 지냅니다. 이 축일은 성모님께서 모세의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시고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것을 기념합니다. 예루살렘에서는 386년부터 이 축일을 지냈으며 450년에는 초 봉헌 행렬이 여기에 덧붙여졌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이날을 ‘축성 생활의 날’로 제정하여 주님께 자신을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한 날로 삼았습니다. 이에 따라 교회는 해마다 맞이하는 이 축성 생활의 날에 수도 성소를 위하여 특별히 기도하고 축성 생활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권고합니다.”

이 설명을 통해서 우리는 주님 봉헌 축일이 4세기부터 신자들이 지내온 아주 오래된 축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이미 5세기부터 신자들이 이 축일에 초를 봉헌했으며 이 전통에 따라 오늘날까지도 우리 교회는 한 해 동안 사용할 제대초와 가정초를 이 축일에 축복합니다. 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오늘을 주님께 자신을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한 날로 선포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특별히 축성 생활의 삶으로 부름 받아 자신의 삶과 온 존재를 오롯이 하느님께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은 수도자들에 관하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수도자들은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절대자 하느님을 갈망하고 성덕으로 부름 받고 있는 교회 생활의 활력에 결합되어 있습니다. 수도자들은 바로 이 성덕을 증언합니다. 수도자들은 참행복의 근본적 요구에 온전히 헌신하고자 하는 교회의 바람을 구현합니다. 수도자들은 그들의 삶을 통하여 하느님과 교회와 형제들에 대한 전적인 헌신을 보여주는 표지가 됩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69항)

교황님은 신앙생활의 활력이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절대자이신 하느님을 갈망하고 성덕으로 부름 받고 있는 것이며 수도자들은 여기에 결합되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신앙생활의 활력은 수도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생활의 활력의 근본이 되는 두 가지가 바로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절대자이신 하느님을 갈망하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성덕으로 부름 받고 있음을 깨닫고 있는가 라는 것입니다.

또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과거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지금도 복음화에 대한 수도자들의 기여는 막대합니다. 그들은 자신을 봉헌함으로써 기꺼이 자유롭게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러 떠납니다. 그들은 진취적이며, 그들의 사도직은 흔히 감탄할 만한 독창성과 자질을 드러냅니다. 또한 그들은 헌신적입니다. 흔히 선교의 최전선에서 건강과 심지어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며 수고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교회는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습니다.”(같은 문헌, 같은 항)

교황님의 말씀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수도자들에게 어떤 구체적인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활동하시는 그분들의 봉헌과 희생, 노력과 헌신에 우리가 포함된 교회 전체가 빚을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아는 수도자가 있고 없고와 상관없이 수도자들을 위해 기도해 드려야 하고 그럼으로써 그분들에게 내적인 힘과 응원을 해드려야 합니다. 오늘 수도자들의 날을 맞아 특별히 이 세상 모든 수도자들이 그들의 축성 생활을 기쁘고 충실히 살아낼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마음 모아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