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의 막시모 성인은 오늘 복음을 이렇게 해설합니다. “교회는 하늘의 깊은 신비 안으로 들어가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이를 두고 바오로 사도는 ‘오!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은 정녕 깊습니다’(로마 11,33)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의 나심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이에 베드로는 주님께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라고 말합니다. 이보다 깊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설교집』 49,2)

여기 모인 우리가 바로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하늘의 깊은 신비 안으로 들어가도록 부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야”(루카 5,4) 하는 사람들입니다. 막시모 성인은 ‘깊은 데로 저어 나가라’는 명령의 의미가 하늘의 깊은 신비 안으로 들어가라는 것이고 그 신비는 바로 하느님과 똑같으신 분께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깊은 신비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과 똑같으신 분께서 인간으로 태어나신 사건은 가장 깊은 신비입니다. 우리가 개나 고양이를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개나 고양이로 태어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인간으로 태어나신 신비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신비라는 말 자체가 어원적으로 신적인 것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 속한 것으로 한낱 피조물인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 신비 안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하십니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신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신비 안으로 들어가야만 세상이라는 바다에 그물을 내릴 수 있고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로 비유되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 그리스도라는 신비 안으로 들어간 사람만이 예수님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예수님을 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부가 바다에 그물을 내리는 것은 바다 속에 있는 물고기를 잡기 위한 것입니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는 더 이상 바다 속에 있지 못하고 바깥으로 나오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이 명령을 하신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이라는 신비 안으로 들어가려면 더 이상 세상이라는 바다 속에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것들에 머무르는 한 예수님의 신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바다에 사는 생명체와 육지에 사는 생명체는 존재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예수님이라는 신비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더 이상 세상의 바다에서 존재하던 방식으로 살 수 없습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야 합니다. 세례를 받고난 이후에도 예전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은 예수님의 신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입니다. 그물에 걸려 들었지만 도로 바다 속으로 뛰어든 물고기와 같습니다.

오늘날 많은 신자들이 이런 물고기의 삶을 선택합니다. 다시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삶, 예수님이라는 신비 안으로 들어가는 삶의 방식은 낯설고 어려우며 힘들기 때문입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이 시대 정신이 신앙인들에게 다시 바다 속으로 돌아오라고 유혹합니다. 돌아가면 편안하겠지만 다시는 바다 위 세상을 경험하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