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오늘 복음을 이렇게 해설합니다. “가장 끔찍한 악에 떨어진 탕자가 뭐라고 말합니까? ‘일어나 아버지께 돌아가야지.’(루카 15,18 참조) 그가 먼 고장으로 떠나는 것을 아버지가 막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집에 머무는 동안 얼마나 큰 은혜를 누렸는지 경험을 통해 잘 배우도록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참회에 관한 설교』 4,26)

복음에 나오는 탕자가 회개하는 결정적인 단어는 ‘일어나’ ‘돌아가는 것’입니다. 탕자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죄를 지으면 넘어지게 됩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넘어진 그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됩니다. 이때 일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죄를 저지른 자신에게 실망하고 그런 자신을 포기하는 것은 완전히 넘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일어나는 것은 자신의 죄와 비참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일어난 다음에는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가야 합니다. 그리스어 원문을 보면 탕자는 ‘일어나 내 아버지께 돌아가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말 번역에는 ‘나의’ 라는 말이 빠져 있습니다. ‘일어나 아버지께 돌아가는 것’과 ‘일어나 내 아버지께 돌아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내 아버지’라는 말에서 아버지를 향한 탕자의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록 집을 나와서 아들의 자격을 잃어버린 상태지만 탕자는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를 신뢰하고 있었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죄를 지어서 본인이 하느님의 자녀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될지라도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를 신뢰하고 있다면 다시 아버지께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이 바로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드릴 때입니다. ‘주님, 제가 잘못 생각해 왔습니다. 저는 수없이 주님의 사랑에서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주님과 계약을 새롭게 맺고자 합니다. 저는 주님이 필요합니다. 주님, 저를 다시 구원하여 주소서. 구원하시는 주님의 품 안에 다시 한 번 저를 받아 주소서.’ 우리가 길을 잃을 때마다 주님께 돌아갈 수 있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저는 거듭 이렇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시는 데에 결코 지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데에 지쳐 버립니다.”(『복음의 기쁨』 3항)

교황님의 말씀처럼 지금이 바로 우리가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고 일어나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시는 데에 결코 지치지 않는 아버지이십니다. 오히려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데에 지쳐 있습니다. 아버지께 용서를 청하지 않고 그냥 살아갑니다. 넘어진 채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탕자는 먼 고장으로 떠나 경험을 통해 아버지의 집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큰 악인지 배웠기에 돌아왔고 그 아버지는 자식이 저지른 잘못들을 기억하지 않고 두 팔 벌려 그를 받아들였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그는 아버지이지 재판관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춤판이 벌어지고 호화로운 잔치와 축제가 열렸습니다. 온 집안이 기쁨과 큰 즐거움으로 밝게 빛났습니다. 여러분은 뭐라고 말합니까? 이것이 악행에 대한 상급이냐고요? 아니, 이것은 악행이 아니라 돌아옴에 대한 상급입니다. 죄가 아니라 참회에 대한 상급입니다. 교활함이 아니라 더 좋게 변화한 데 대한 상급입니다.”(『참회에 관한 설교』 4,28)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이 말한 것처럼 하느님은 자비로운 아버지이지 재판관이 아니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엄하신 재판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만일 복음에 나오는 탕자가 아버지를 엄한 재판관으로 생각했다면 결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가려면 하느님이 자비로우신 아버지라는 사실을 믿고 확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