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오늘 복음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왜 예수님을 도시나 광장이 아니라 광야로 이끄셨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성령께서는 이 쓸쓸한 곳에서 배고픔뿐 아니라 외로움을 통해서도 예수님을 시험할 기회를 사탄에게 주셨습니다. 특히 사탄은 우리가 홀로 떨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우리를 덮치기 때문입니다. 태초에도 사탄은 하와가 자기 남편과 떨어져 홀로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덤벼들었습니다.”(『마태오 복음 강해』 13,1)

마태오와 마르코와 루카 복음서 저자는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 곧바로 광야에서 홀로 계셨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무도 없는 광야에서 홀로 40일 동안 머무르시면서 단식을 하셨고 이 때 사탄의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40일의 시간이 예수님께서 원하셔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보내셔서 그런 시간을 겪도록 하셨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하느님께서 아들 예수님이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그런 시간을 가지기를 원하셨다는 것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시기가 끝날 무렵 사탄은 하느님께 대한 예수님의 자녀다운 자세를 변질시키려고 세 번 유혹을 시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낙원에서 아담이 받은 유혹과 광야에서 이스라엘이 받은 유혹이 집약된 공격을 물리치십니다.”(538항)

이로써 우리가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친히 사탄의 유혹에 넘기셨고 사탄은 하느님의 아드님조차도 유혹했으며 예수님께서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신 것은 에덴 동산에서 아담이 받은 유혹과 시나이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받은 유혹과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첫 인간 아담은 사탄의 유혹에 넘어졌지만 예수님께서는 같은 유혹을 이겨내심으로써 새로운 아담이 되십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년 동안 하느님께 대들었던 이스라엘 백성들과는 반대로,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하느님의 뜻에 완전히 순종하시는 종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친히 사탄의 유혹에 넘기신 이유는 바로 첫 인간 아담이 넘어졌던 사탄의 유혹,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넘어졌던 그 유혹을 아드님께서도 그대로 받게 하심으로써 새로운 구원과 해방의 시작이 아드님을 통하여 이루어지도록 하신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기 때문에 사탄의 유혹에 또 한 번 넘어지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모든 유혹을 하느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물리치심으로써 인간이 아무리 배가 고프고 외롭고 쓸쓸하고 지치고 약한 상태라고 할지라도 하느님 말씀의 힘으로 사탄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께서 받으실 유혹을 미리 시나리오처럼 짜놓으시거나 아드님께 유혹을 받도록 강요하시지 않았습니다.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을 뿐 그 이후로 겪어야 할 모든 시간과 체험은 온전히 예수님 혼자의 몫이었습니다.

 교부 오리게네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선을 행하도록 강요하지 않으시며 자유로운 인간을 원하십니다. 유혹이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을 제외한 그 누구도, 우리 자신까지도 우리 영혼이 하느님에게서 무엇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유혹은 우리 자신을 알도록 가르치려고 그것을 나타내 보여 주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비참함을 발견하게 하고 유혹이 우리에게 나타내 보여 준 좋은 것들에 대하여 감사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기도론』 29,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