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오늘 복음을 이렇게 해설합니다. “가엾은 여인과 가엾이 여기시는 분 둘만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큰 죄를 지은 여인을 죄 없으신 분에게 맡겨 둔 채 떠나갔습니다. 여인은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말을 들었기에 죄 없으신 분께서 벌을 주리라고 미리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인의 적수들을 정의의 목소리로 쫓아 버리신 그분께서는 여인에게 자비의 눈길을 보내셨습니다.“(『요한복음 강해』 33,5-6)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해설 첫 문장을 라틴어 원문 그대로 직역하면 이렇게 됩니다. “비참과 자비 둘만 남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비참’은 ‘간음한 여인’을 ‘자비’는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비참과 자비 둘만 남게 되었다고 할 때 사용된 동사는 수동태입니다. 예수님과 간음한 여인은 능동적인 행위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능동적인 행위의 주체는 군중인데 그들은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고 하였으나 돌을 내려놓은 채 모두 떠나갔습니다.

군중이 원래 하려고 했던 능동적인 행위는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돌은 던지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 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군중으로 하여금 자신이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지를 스스로 묻게 했습니다. 그리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그 자리를 떠나갔습니다.

그들은 돌을 던지려고 하다가 돌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누군가 돌을 던지려고 했다면 예수님께서 자신의 죄를 밝히실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섰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았다면 군중은 아무 거리낌 없이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졌을 것입니다. 자신의 죄를 아무도 모르기에 자신이 그 여인을 단죄해도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죄를 알면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단죄할 수 없습니다. 죄인이 죄인을 단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죄 없으신 분만이 죄인을 단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간음한 여인은 예수님과 둘만 남게 되었을 때도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여인을 단죄하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여인을 단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여인의 비참함을 자비로 용서해주셨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사용한 라틴어 원문을 보면 ‘비참’은 misera ‘자비’는 misericordia가 쓰였습니다. 성인의 수사학적 기법이 돋보이는 대목인데 misera는 비참함, 불쌍함이고 misericordia는 misera에 라틴어 cor가 더해진 합성어입니다. 라틴어 cor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misericordia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그러니까 간음한 여인과 예수님 둘만 남게 된 것을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불쌍함’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남았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죄인은 비참하고 불쌍합니다. 자신의 죄 때문에 이미 그러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이나 단죄로 더 그렇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가 아무도 누군가를 단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죄 없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예수님이 분명히 말씀하심으로써 죄 있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