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루카 13,4.5) ‘회개’라는 말로 번역된 그리스어 metanoia는 ‘가던 길에서 돌아서다.’ ‘방향을 바꾸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개는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의 길에서 돌아서는 것이며 그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어디로 돌아서고 어느 방향으로 향해야 하는 것입니까? 바로 하느님께로 돌아서고 하느님의 뜻에 내 삶의 방향을 맞추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례를 받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 때 유아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세례를 받는 사람들도 6개월 혹은 1년 동안 교리만을 배울 뿐 이런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세례를 받습니다. 그래서 신앙인들에게 세례는 신앙인이 되기 위한 입문 과정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례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교리를 배우고 세례 예식에 참여한다고 그냥 새롭게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교리상으로 우리가 세례를 받으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다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례를 받고 나서 여러분은 정말 새롭게 태어났습니까? 예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서 살고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세례 받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일에 성당 가는 것 정도일 뿐 평소의 삶과 내 생각과 나의 존재는 별로 달라진 게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례성사에 대한 교리가 잘못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세례를 받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할 회개의 과정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회개는 한순간의 뉘우침으로 끝나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몇십 년을 하느님 없이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하느님의 뜻대로 살 수 있습니까?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회개는 우리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누가 시켜줄 수도 없고 누가 시켜서 되는 일도 아닙니다. 우리 각자가 진정 그동안의 나의 삶의 길을 하느님께로 맞추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느님의 뜻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하느님의 뜻은 성경 안에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어야만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알 수 있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으며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모릅니다. 그러니 그들의 신앙도 제대로 된 믿음일 리가 없습니다. 주일 미사를 매주 온다고 해서 다 신앙인은 아닙니다. 그들은 종교인입니다. 신앙인은 정말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알고 하느님께 나의 모든 것을 의탁하며 하느님만을 믿고 하느님께 기도하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믿음은 반드시 앎을 전제로 합니다. 누구든지 알아야 믿습니다. 여러분이 친구를 사귈 때, 잘 모를 때부터 그 사람을 믿고 마음을 여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아무도 없습니다. 아는 만큼 마음을 열고 아는 만큼 신뢰하게 됩니다. 하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아는 만큼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하느님을 믿게 됩니다. 하느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사실 그 안에 믿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하느님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갑니다. 그들은 주일 미사만 참례하면 신자로서 내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일 미사 빠지면 고해성사를 하면 됩니다. 그 외에는 죄도 없습니다. 그것이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신앙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단지 종교인으로서 그 의무를 지키는 것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