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오로는 콜로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옛 인간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 버리고 새 인간을 입은 사람입니다. 새 인간은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모상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면서 참지식에 이르게 됩니다.”(콜로 3,9-10) 이 말씀은 우리 신앙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너무나도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옛 인간 즉 예전의 나의 모든 것을 버리고 물과 성령으로 새롭게 태어나 새 인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기 전에 예전의 나의 모든 죄악과 나쁜 행실들을 끊어버리겠다고 하느님께 서약하고 정화의 물로 깨끗이 씻겨진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새로워진 우리는 이제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말씀과 그분의 뜻에 따라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끊임없이 다시 새로워지고 하느님을 알아갈수록 참지식 곧 참된 진리가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우리의 이 정체성을 우리가 마음으로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우리의 존재와 삶은 점점 더 변화되어갈 것입니다. 내가 신앙인이라는 사실, 내가 하느님 안에서 새로 태어난 존재라는 사실을 늘 의식하며 사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 자아의식을 늘 지니고 있는 분들만이 옛 잘못과 악습들에 다시 빠져드는데 느리게 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부족한 인간이기 때문에 옛날의 나의 모습들을 한꺼번에 다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변화되어 가면서 우리는 점점 예수님을 닮아가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행복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리고 불행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행복의 기준과는 너무나도 반대라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가난하고, 굶주리고, 눈물 흘리는 것이 불행한 것이고 부유하고 배부르고 웃고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데 예수님은 정반대로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너무도 몰라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참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정말 부유하고 배부르고 웃는 것이 진짜 행복한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됩니다. 부유함, 배부름, 웃음이 꼭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돈이 많으면 행복할거야’, ‘배가 부르면 행복할 거야’, ‘맨날 웃고 살면 행복할 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행복은 결코 그런 어떤 조건의 채워짐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행복은 우리 삶의 매우 작고 사소한 것들 안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주어진 나의 삶의 조건들에 만족하는 것,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것,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한 눈길과 친절을 베푸는 것, 힘겨운 시련들을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 담겨진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것, 아파하고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연민의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며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온 마음 다해 들어주면서 그의 마음을 함께 느끼는 것,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해 그들도 모르게 작은 화살기도를 보내주는 것, 이런 것들 안에 참된 행복이 숨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