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빗과 사라의 기도입니다. 둘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하느님의 권위’를 인정한다는 것이고 이제 그만 세상 살이를 마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세상에 남은 미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삶을 자포자기 하는 것도 아닙니다. 토빗은 자신에게 닥쳐온 불행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사랑하고 찬양하며 하느님에게 자신의 생명에 대한 결정권을 시행하시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으며 사라는 목을 매려 하다가 생각을 돌이키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에게 결정권을 넘겨 드리고 있습니다.

겸손이라는 것들 바로 저들이 지닌 마음입니다. 교만한 자들은 뭐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고 싶어하고 자신이 결정권을 쥐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겸손한 자들은 자신의 뜻에 앞서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겸손입니다.

그런 겸손한 마음에서 진실한 기도가 나옵니다. 진실한 기도는 세상의 다른 어떤 것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토빗과 사라에게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이 바라는 유일한 것은 이 세상을 그만 떠나는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철저히 신뢰하기에 이런 기도를 바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름으로 열심히 세상 살이를 꾸려 나가려고 했지만 자신의 모든 시도가 헛됨으로 돌아가고 도리어 세상 사람들의 모욕을 받으면서 하느님의 자녀들은 세상에 큰 미련을 두지 않게 되고 오직 남은 희망인 하느님에게 간절히 청하는 일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의 그런 겸손과 기도 안에서 하느님이 일을 시작하십니다. 그들의 낮추임과 간절한 애원을 보시고 하느님은 당신의 일을 시작하십니다. 하느님은 그런 당신의 자녀들에게 기꺼이 당신의 능력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적은 하느님의 사랑의 표현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에게 모든 것을 의탁하는 당신의 자녀들을 진정으로 사랑하시고 그들에게 당신의 사랑의 표현을 마구 드러내십니다. 겸손되이 기도하는 모든 이들은 저마다 응답을 받기 시작할 것입니다.

바로 그때에 그 두 사람의 기도가 영광스러운 하느님 앞에 다다랐다. 그래서 라파엘이 두 사람을 고쳐 주도록 파견되었다. (토빗 3,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