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마르 12,43-44)

가난한 과부의 봉헌행위는 하느님 앞에 다가설 때의 우리의 진실한 마음에 대해서 잘 설명해 줍니다. 이는 단순히 봉헌금의 액수, 퍼센테이지 여부가 아닙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과연 어떠한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것이지요.

흔히들 사제나 수도자는 하느님과 함께할 시간이 많아서 좋겠다고들 합니다. 그렇습니다. 사제나 수도자는 자신의 삶의 배경 속에서 다른 신앙인들보다 훨씬 더 하느님을 생각하고 그분과 머무를 수 있는 특권적인 환경 속에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래서 다른 신앙인들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고 마음을 쏟아서 하느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평신도들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틈나는 대로 하느님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모든 시간을 하느님에게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일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고 이런 저런 활동들에 시간을 헌신하다보면 남는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시간을 하느님 앞에 내어놓을 때에 그들이 봉헌하는 그 시간은 더욱 값진 것이 되는 셈입니다.

사제나 수도자의 삶을 부러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이 특권적인 환경에 사는 만큼 더 많은 소출을 내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수 밖에 없습니다. 눈길을 자꾸 옆으로 돌리면 엉뚱한 마음만 생겨날 뿐입니다. 사제는 사제의 자리에서 수도자는 수도자의 자리에서 평신도는 평신도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약속된 상급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