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말라키서에 이런 예언이 나옵니다. “보라,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리라.” 또 구약의 신명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예언자 한 분을 일으켜 주셔서 당신의 말씀을 그 입에 담아주시리라고 하십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재림할 엘리야와, 하느님이 일으켜주실 ‘그 예언자’를 구원의 시대에 등장할 메시아와 같은 인물로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요한이 누구인지를 물었습니다. 요한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요한의 이 대답은 철저하게 자신은 낮추고 예수님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소리는 그 안에 말이 담겨 있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소리가 없으면 말이 전해질 수가 없습니다. 요한은 이 소리와도 같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요한에게 이렇게도 질문했습니다.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왜 세례를 베푸는 거요?” 요한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요한은 예수님이 오실 것을 알려주면서 자신은 예수님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신발 끈을 풀고 묶어 주는 것은 그 당시 집주인이 밖에서 돌아왔을 때 종들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요한은 자기가 예수님의 종이 될 만한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요한을 메시아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요한이 이렇게 증언함으로써 참된 메시아이신 예수님이 드러나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바로 다음날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셨습니다. 이때 요한은 자기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저분은 ‘내 뒤에 한 분이 오시는데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하고 내가 전에 말한 분이시다. 내가 와서 물로 세례를 준 것은 저분께서 이스라엘에 알려지시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요한은 끝까지 예수님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알려주려고 증언했습니다. 요한의 증언을 통해 사람들은 참된 메시아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요한의 제자들 몇 명은 예수님을 따라가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요한의 증언 덕분에 우리도 예수님이 진짜 메시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요한이 사람들의 질문에 ‘내가 그리스도이다.’ 라고 대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랬다면 예수님은 정말 사람들에게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요한을 메시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누군가를 나보다 더 높여 세우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특히 그 사람이 나와 비교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조금 깎아내리고 나를 더 높이려고 하지 그 반대로 하지는 않습니다. 또 어떤 사람에 대해 있는 그대로 증언하는 것도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리는 온갖 선입견과 편견으로 똘똘 뭉쳐진 시각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고 그렇게 증언합니다. 오늘 요한의 모습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