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대림시기의 마지막 주일 미사를 봉헌합니다. 이제 곧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 올 것입니다. 대림시기의 마지막 주일에 우리는 성모님과 엘리사벳 성녀가 만나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두 여인의 만남이 아기 예수님 탄생과 깊은 연관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한 여인은 메시아의 선구자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시고 다른 여인은 메시아의 어머니십니다.

두 어머니의 만남에서 메시아의 선구자와 메시아와의 만남도 이루어집니다. 세례자 요한은 어머니의 태 안에서 기뻐 뛰놀았습니다. 메시아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요한처럼 아기 예수님 탄생에 기뻐 뛰놀아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아기 예수님 탄생과 아무 상관없이 성탄절을 기뻐합니다. 그들이 기뻐하는 이유는 아마도 성탄절이 신앙과 종교를 넘어서 대중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로마 유학 때 성탄이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 이유는 성탄부터 2주간이 방학이었기 때문입니다.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보다 방학의 기쁨이 더 컸던 것입니다. 이처럼 성탄은 많은 사람들에게 본질적인 내용보다 다른 뭔가로 기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신앙인들에게 성탄의 기쁨은 아기 예수님 탄생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의 기쁨이 우리 신앙인들의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요한은 어머니의 태 안에 있는 아기였지만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기뻐했습니다. 우리도 신앙에 있어서는 어린 아기 같을지라도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기뻐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아기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시는 놀라운 신비를 비록 우리가 다 헤아리지 못할지라도 기뻐해야 합니다. 대림 제4주일에 교회가 흰색 촛불을 밝히는 이유는 우리의 기쁨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분은 성모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엘리사벳 성녀도 성모님이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셨기에 복되다”(루카 1,45 참조)고 성모님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의 이 믿음이 없었더라면 아기 예수님의 탄생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교부들이 성모님의 이 믿음을 특별하게 묵상했습니다. 예를 들어 암브로시오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리아는 그 사건 자체에 의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것이 이루어질 것인지를 가브리엘 천사에게 물어본 것입니다.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방법을 묻고는 있지만 분명히 그녀는 그것이 완성될 것임을 믿었습니다. 그것은 엘리사벳 성녀가 했던 이 말에서 잘 느낄 수 있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그렇습니다. 사제의 믿음을 능가했으니 진정 복되십니다. 한 사제가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을 동정녀는 신앙으로 그 실수를 바로잡고 계십니다.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주님께서 당신의 사업을 마리아와 함께 시작하신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못됩니다.”(『루카복음 안에서 드러나는 진실』 2,17)

암브로시오 성인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카르야는 대사제였지만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믿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성모님은 시골 처녀였지만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믿었습니다. 성모님의 이 믿음이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으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은 그 어떤 시련과 고통이 닥쳐와도 견뎌낼 수 있는 믿음이기에 기쁨으로 이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