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카나의 혼인 잔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구약의 창세기는 7일에 걸친 창조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요한복음서도 7일에 걸친 예수님의 공생활로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공생활이 새로운 창조라는 신학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서에 따르는 새로운 창조의 첫째 날은 세례자 요한이 등장합니다. 요한은 바리사이들이 보낸 사람들에게 이렇게 증언합니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요한 1,26-27)

둘째 날 예수님은 요한에게 와서 세례를 받으십니다. 셋째 날에는 요한의 두 제자가 예수님을 따라가서 예수님과 함께 지냅니다. 넷째 날 예수님은 필립보와 나타나엘을 만나십니다. 그로부터 “사흘째 되는 날”(요한 2,1) 곧 일곱째 날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성서학자들 모두 요한복음에서 예수님 공생활의 첫 7일이 창세기의 첫 7일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에서 왜 예수님께서 어머니를 “여인”이라고 부르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타당한 설명은 예수님이 마리아를 창세기 3장15절의 말씀 곧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는 말씀에 나오는 ‘여인’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자들도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신약성서학자 존 도미닉 크로산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인’라는 호칭이 암시하는 바는 마리아의 운명이 창세 3,15의 ‘여자’가 되는 것입니다.” 저명한 가톨릭 성서학자 레이먼드 브라운은 이렇게 말합니다. “요한은 마리아를 창세기 3장과 연관지어 이해합니다. 곧 마리아는 새로운 하와입니다.” 창세기에서 하와는 단 한 번 ‘하와’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열한 번 “여자”라고 불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첫 번째 하와는 첫 번째 아담에게 죄를 짓게 했지만 두 번째 하와인 마리아는 두 번째 아담인 예수님께 첫 ‘표징’을 일으키게 합니다.

고대 교회에서는 하와가 인류의 타락에 고유한 역할을 했듯이 마리아도 인류의 구원에 고유한 역할을 했다고 믿었습니다. 2세기 리옹의 주교였던 이레네오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와의 불순종의 매듭이 마리아의 순종으로 풀렸습니다. 동정녀 하와가 불신으로 단단히 묶어놓은 것을 동정녀 마리아가 믿음으로 풀었습니다.” 4세기 예루살렘의 주교였던 치릴로 성인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정녀 하와를 통해서 죽음이 왔습니다. 그러므로 동정녀 마리아를 통해서 생명이 찾아와야 했습니다.”

19세기의 저명한 학자이며 교부 전문가인 존 헨리 뉴먼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리아에 관한 “가장 오래된 초기부터의 기본적인 가르침은 그녀가 바로 두 번째 하와라는 것입니다.” 마리아가 두 번째 하와라는 것을 이해하면 마리아도 하와처럼 죄 없이 창조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리아가 실제로 새로운 하와라면 마리아는 하와보다 더 위대해야 합니다. 예형론의 관점에서 보면 구약의 ‘예형’은 신약에서 그것이 성취되는 인물보다 위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