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성월의 첫 주일을 지내면서 우리는 우리의 죽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들을 죽음의 순간에 비추어 바라볼 수 있도록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죽음의 순간을 미리 생각하십시오.” 베네딕토 성인은 『수도 규칙』에서 수도승들에게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두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수도승들이 이승에서의 삶을 더 잘 살고 늘 예수님을 바라보도록 죽음을 기억하라고 권고한 것입니다.

성찰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빛 안에서 하루를 돌아보는 것을 말합니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은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고 하느님의 도움이 필요한 약한 부분을 알아내고 앞으로의 은총을 청하기 위해 성찰을 하도록 권했습니다. 이 소중한 영적 훈련은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수 세기 동안 교회 안에서 장려되어 왔습니다.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죽음을 위해, 영원을 위해 우리 자신을 더 잘 준비합시다. 미지근한 태도와 나태함과 습관적인 불신앙에 시간을 낭비하지 맙시다.”

암브로시오 성인도 이렇게 말했습니다.“죽음은 슬퍼할 일이 아닙니다. 우선 죽음은 모든 이에게 공통되며 모든 이에게 닥쳐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승의 불행에서 우리를 해방시키고 이 세상의 노고에서 벗어나 잠을 자듯 쉬게 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이득이고 삶은 형벌입니다. 그래서 성 바오로는 ‘사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필리 1,21)라고 말합니다. 생명의 영 안에 있는 이에게 육신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그분과 함께 죽읍시다. 날마다 죽음을 훈련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합시다.”(『사티루스의 죽음』)

아우구스티노 성인도 이렇게 말합니다. “이 죽을 육신 안에서 삶을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끊임없이 죽음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 삶의 전 과정이 온갖 변화 속에서도 죽음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보다 올해, 오늘보다 내일, 어제보다 오늘, 지금보다는 잠시 후에 죽음에 더 가까워지지 않는 사람은 분명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의 전 생애는 죽음을 향한 경주에 지나지 않는데 누구도 잠시 동안 가만히 서있거나 다른 사람보다 더 천천히 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공평한 힘과 동일한 속도로 앞으로 내몰립니다.”(『신국론』)

하느님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지만 우리는 변하기 쉽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마치 구세주가 필요 없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기도를 시작하고도 ‘이건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필사적일 때가 아니면 기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그 또한 믿음이라기보다는 미신적인 절박함에서 나오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슬픈 현실은 때로 우리가 하느님의 선하심을 믿기보다 스스로의 힘을 더 믿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은 신화神話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충족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구세주를 필요로 하는 죄인입니다. 하느님 외에 그 누구도 우리 죄를 이겨내고 천국에 이르게 하는 은총을 줄 수 없습니다.

죽음에 대해 날마다 묵상하는 것은 우리가 자만이라는 신화를 부숴버리도록 도와줍니다. 우리 삶은 완전히 그리고 철저하게 하느님께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원하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하느님이 순간순간 우리를 존재하게 하지 않으시면 계속 존재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반항할 때조차도 하느님은 우리를 살게 하십니다. 하느님의 생명은 우리가 항상 기대어 살아가는 환경이자 바탕입니다. 죽음에 대한 묵상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시고 존재케 하시기에 우리가 전적으로 모든 면에서 하느님의 도우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우리가 이런 진실로부터 도망가기보다 그 안에 머무르게 되면 죽음은 우리를 참된 생명으로 더 깊이 인도해 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죽음은 무시무시한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자비가 주시는 무덤 너머의 삶은 아주 바람직한 것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결코 잃어서는 안 됩니다. 비록 우리가 죄인이지만 뉘우치고 행실을 고치고 예수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다면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우리를 용서하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죽음을 겪으셨기 때문에 죽음은 더 이상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것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되신 동정녀와 모든 성인들은 스스로 원하셔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구세주를 따라 죽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