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리코를 떠나가실 때 소경 바르티매오를 눈 뜨게 해주시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리코라는 도시는 예루살렘과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성전으로 오는 순례객들이 머무르는 마지막 휴양지였습니다. 그래서 순례객들이 아주 많았고, 그만큼 걸인들도 많았습니다. 바르티매오는 그런 걸인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바르티매오는 길가에서 구걸을 하고 있다가,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르 10,47) 라고 외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지만,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르 10,48) 하고 외쳤습니다. 그의 이 간절한 부르짖음이 예수님의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예수님은 바르티매오를 부르십니다. 그러자 그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로 갔습니다.(마르 10,50) 여기서 겉옷은 구걸을 할 때 쓰던 도구로서, 우리로 치면 구걸하는 바구니나 깡통 같은 것입니다. 바르티매오가 예수님의 부르심에 겉옷을 벗어 던졌다는 것은 구걸하던 통을 버렸다는 것입니다. 즉, 바르티매오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즉각 응답하여 지금까지의 구걸 생활을 그 자리에서 버린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첫 제자들을 부르실 때 그들이 곧바로 배와 그물과 아버지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던 모습과도 같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마르 10,51) 하고 물으십니다. 그는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마르 10,51)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10,52)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그가 곧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 어떤 치유의 말씀이나 행동도 하지 않으신 채 그저 바르티매오의 믿음으로 그가 구원을 받았다고 선포하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향한 바르티매오의 믿음이 얼마나 깊은지를 아시고, 그 믿음이 그를 구원하였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바르티매오가 사람들의 비난과 꾸짖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예수님의 자비를 부르짖었던 모습에서 그의 간절하고 끈질긴 믿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그의 믿음이 결국 그의 눈을 뜨게 해 준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가 눈을 뜨자마자 예수님을 따라 나선 것에서 더 확연히 드러납니다. 방금 전까지 구걸 생활을 하던 거지가 눈을 뜨자마자 예수님의 제자로 예수님을 따라나선 것입니다.

 

오늘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결국 한 소경의 치유가 아니라 한 소경의 믿음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전혀 본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수님이 지나간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예수님께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간절히 부르짖습니다. 사람들이 꾸짖고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부르짖습니다. 그런 그의 믿음이 결국 예수님을 붙들었고, 눈을 뜨게 해주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예수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셨을 때도,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만 청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믿음을 한 번 돌아봅시다. 여러분은 바르티매오처럼 정말 간절하고 끈질기게 예수님을 붙들고 뭔가를 청한 적이 있습니까? 우리들 대부분은 예수님께 몇 번 청하다가도 응답이 없으면 그냥 포기해버리고 맙니다. 바르티매오처럼 끝까지 예수님께 매달리고 부르짖지 않습니다. 그만큼 믿음이 약하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