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정하셨습니다. 평생 가난을 온몸으로 살아낸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선택한 교황님이기에 가난한 이들에 대한 마음과 사랑이 특별하시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 이 날을 정하신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가난한 이들을 특별히 사랑하시는 것이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이며 교회의 역사를 보더라도 교회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해 왔습니다.

베드로 크리솔로고 성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나누어주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하느님의 나라를 선물하는 것과 같습니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는 것을 거절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생명의 샘을 마르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당신의 나라를 내어놓으십니다. 그분께서는 빵 한 조각에 대한 값으로 당신의 나라를 주십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나라를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당신의 나라를 차지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당신 나라에 대한 값을 그토록 낮게 책정하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사기 위한 값은 매우 낮아서 누구나 그것을 살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한 조각의 빵을 위해 당신의 나라를 파십니다. 이렇게 낮은 가격의 하느님 나라를 사지 않는 사람에게는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렇게 낮은 가격이 그를 거슬러 고발할 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의 음식으로 가난한 사람들도 먹입시다. 그렇게 해야 우리가 그리스도의 식탁에 앉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오직 여러분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것만 남아있을 것입니다.”

성인의 마지막 말씀이 교황님이 이 날을 정하신 이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우리에게는 오직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것만 남아있을 것이기에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음과 사랑을 나누어줘야만 하는 것입니다. 성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빵 하나로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면 변명할 여지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어 갖지 않는 것은 그들의 것을 훔치는 것이며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재물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것입니다.”(『라자로에 관한 강론』 2,6)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님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필수적인 물건들을 줄 때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것을 선물로 베풀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비의 행위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의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사목 규칙』 3,21)

두 성인은 우리가 가진 것이 우리의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것이라고 똑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유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집어엎는 엄청난 것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내가 열심히 일해서 가지게 된 모든 것을 나의 소유로 생각하지 그것을 가난한 이들의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의 소유라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나누어줌으로써 나도 가난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물질적으로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적으로 가난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