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루카 6,43-44)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설합니다. “이 두 나무에 관한 말씀을 잘못 풀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본성은 두 가지가 있으며 하나는 하느님의 본성에 속하지만 다른 하나는 하느님께 속하지 않고 그분께 의존하지도 않는다고 믿는데 그 근거를 이 말씀에 두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예수님께서 ‘좋은 나무는 나쁜 나무가 될 수 없고 나쁜 나무는 좋은 나무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해석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나무는 영혼 자체 곧 사람을 상징하며 열매는 사람의 행실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나쁜 사람은 좋은 일을 할 수 없고 좋은 사람은 나쁜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주님의 산상 설교』 II,24,79)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말하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본성 곧 선과 악이 있으며 선한 것은 최고의 신인 하느님에게, 악한 것은 어둠의 권능에 속한다고 주장했던 마니교도들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이전의 영지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마니교도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이원론적 교리의 근거로 들면서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 자유의지를 악하게 사용하는 것과 별개로 악한 본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0년 가까이 마니교에 몸담았다가 겨우 빠져나온 아우구스티노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하느님과 인간이었습니다.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하느님과 인간의 영혼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그 외에 다른 것은 없습니다. 정말 없습니다.”(『독백』 I,2,7) 하느님과 인간은 구분되지만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사실에서 이 둘은 서로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사실 모형은 원형에서 나왔기 때문에 서로 분리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고백록』의 많은 대목에서 하느님과 인간을 함께 탐구했습니다. 성인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주님, 당신은 저를 위해 어떤 분이십니까? 그리고 저는 당신을 위해 어떤 존재입니까?”

 

인간의 신비를 밝혀 주고 그 위대함을 드러내는 근본 요인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주제는 아우구스티노의 사상을 종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은 모상의 개념을 탐구했고 이 하느님의 모상은 내적 인간 곧 정신의 특성이며 불사不死의 영혼 본성 안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기 때문에 하느님을 가까이 모실 수 있을 정도로 고양될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죄로 인해 변형되기도 하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복원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하느님을 수용할 수 있고 그분께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느님의 모상”입니다.(『삼위일체론』 XIV,8,11)

 

아우구스티노는 인간이 “이처럼 고귀하게 창조되었기 때문에 오로지 불변의 선善이신 하느님께 결합함으로써만 행복에 이를 수 있으며 하느님만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신국론』 XII,1,3 참조) 이 때문에 아우구스티노는 하느님께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 당신을 위해 우리를 만드셨기에 당신 안에 쉬기까지 우리 마음에 안식이 없나이다.”(『고백록』 I,1,1)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기 전에 이미 자기 내면의 싸움을 심각하게 체험한 아우구스티노는 마니교를 논박하는 작품들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성인은 마니교가 주장하는 대로 인간 안에 두 개의 영혼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영혼, 하나의 의지만이 있음을 깨닫고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그렇게 원한 것도 저였으며 원하지 않은 것도 저였습니다. 제가, 제가 그랬습니다. 이처럼 제가 적극적으로 원했는가 하면 동시에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았던 것에서 저 자신과의 싸움이 생겨났던 것입니다.”(『고백록』 VIII,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