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다시 일어나 부활하신 놀라운 사건을 기념하고 기뻐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베드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나무에 매달아 죽였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사흘 만에 일으키시어 사람들에게 나타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모든 백성에게 나타나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미리 증인으로 선택하신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뒤에 우리는 그분과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봐라, 내가 다시 살아났다!”라고 하면서, 모든 사람들 앞에 화려하게 나타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부활을, 무덤이 비어 있는 사건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의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그 사실을 알립니다.

그러자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가 무덤으로 달려갑니다. 그들이 들어가 보니, 예수님의 시신을 쌌던 아마포가 놓여 있고, 얼굴을 쌌던 수건이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제자들은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을 알고 믿게 됩니다.

제1독서에서 베드로가 말한 대로, 예수님께서는 되살아나신 뒤에 당신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파들, 율법학자들, 로마 병사들, 빌라도에게 나타나시지 않고, 하느님께서 미리 증인으로 선택하신 사람들에게만 나타나셨습니다. 우리 생각 같아서는 예수님을 죽이고 조롱하던 사람들에게 버젓이 다시 나타나 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직접 알려주는게 맞는데,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무덤에서 일어난 예수님께서 제일 처음 가신 곳은 아마 성모님이 계신 곳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바로 아래에서 아들의 죽음을 피눈물을 흘리며 지켜보셔야 했던 성모님. 사흘 동안의 어둠과 침묵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만 믿고 기도하면서 예수님을 기다리고 계셨을 성모님께 예수님이 제일 먼저 찾아가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복음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은 아예 기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예수님이 성모님을 만나신 이야기는 복음서에 나오지 않지만, 무덤이 비어 있는 이 시간에 예수님은 분명 성모님을 만나 눈물의 상봉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 이후에 예수님은 생전에 당신이 사랑하셨던 사람들, 또 당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차례로 나타나십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열한 제자와, 그 밖의 여러 사람들에게 차례로 나타나셔서 그들과 함께 대화도 나누고 먹고 마시기도 하면서 당신이 진정 되살아나셨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기 시작합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마지막에 베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예수님을 두고 모든 예언자가 증언합니다. 그분을 믿는 사람은 누구나 그분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받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하는 이유는 바로 이 말씀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진정으로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예수님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받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