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대희년인 2000년 부활 제2주일에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신심이 엄청났던 폴란드 출신의 파우스티나 수녀님을 성인품에 올렸습니다. 시성식 미사에서 교황님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특별히 하느님의 자비를 기릴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가톨릭교회는 2001년부터 해마다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또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올해를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황님으로 선출되신 뒤 추기경님들과 함께 처음으로 미사를 봉헌하셨고, 두 번째로 바티칸 시국 안에 있는 조그마한 성녀 안나 성당에서 일반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메시지는 바로 자비입니다. 저에게는 주님의 더욱 강한 메시지입니다.” 이어서 교황님으로서의 첫 번째 주일 미사를 봉헌하시면서 강론 중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자비는 이해할 수 없는 심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해야만 합니다! ‘오, 교황님, 당신이 만약 저의 삶을 아신다면, 저에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왜요? 당신이 뭘 하셨길래 그러세요?’ ‘오, 저는 큰 잘못들을 저질렀습니다.’ ‘더 잘됐네요! 예수님께로 가십시오. 만약 그분께 그것들을 말씀드린다면, 그분께서 좋아하실 것입니다.’

그분은 잊어버리십니다. 그분은 잊어버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분은 잊어버리시고, 당신께 입을 맞추며, 당신을 안아 주시고, 당신께 그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그분은 그저 이 충고만을 당신께 주십니다. 한 달이 지나고, 또 우리는 똑같은 상태에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주님께 돌아가십시오. 주님께서는 용서하시는데 결코 지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분께 용서를 청하는 데에 지쳐 있습니다. 우리는 용서를 청하는 데에 지치지 않는 은총을 청합시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결코 용서하시는데 지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이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우리는 우리의 책임감을 인식하고 그것을 쌓아가는 것에 항상 부족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잘못하는 것은 사실 항상 남들의 것입니다. 부도덕한 사람들도 항상 다른 사람들입니다. 결점과 흠도 항상 다른 누군가의 것이지, 결코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매우 소극적이지만, 그들을 단죄하는 데에는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남을 판단하려는 의향을 가지고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약함과 비참함에 대하여는 별로 동정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교황님의 자비의 메시지에 더욱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자비의 특별 희년'에 <하느님의 이름은 자비입니다> 라는 제목의 책이 하나 나왔습니다. 이 책은 어떤 기자와 교황님이 나눈 대화를 모아서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책에서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비는 하느님의 첫 번째 속성입니다. 자비는 바로 하느님의 이름입니다.” 책에서 기자는 교황님 당신에게 자비란 어떤 것인지를 묻습니다. 여기에 교황님은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어원학적으로, 자비란 불쌍한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시 주님께로 가보면, 자비는 하느님의 끌어안아주시는 행동이며, 받아들여주시고, 용서하시는 것에로 기울어 있는 하느님의 헌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의인들이 아니라 죄인들을 위하여 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은 의사가 필요 없는 건강한 사람들을 위하여 오신 것이 아니라, 병자들을 위하여 오셨습니다. 이 때문에 자비는 바로 우리 하느님의 신분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비의 하느님, 자비로우신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