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의 첫 번째 주일에 우리는 예수님께서 유혹을 받으시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예수님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기 때문에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으셨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유혹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말해 줍니다.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이기에 유혹은 끊임없이 또 생각지도 않은 때에 우리에게 찾아오며 우리는 그때마다 그 유혹들을 잘 이겨내야만 합니다.

 

 창세기 3장을 보면 첫 인류인 아담과 하와에게도 유혹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는 그 유혹에 넘어가 하느님의 말씀을 어김으로써 온 인류에게 원죄를 물려주게 되었습니다. 첫 인류가 유혹에 넘어가는 바람에 이어지는 모든 인류도 유혹을 받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고, 유혹에 넘어가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인류의 역사는 죄악의 역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죄악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분이 바로 예수님이셨으니, 그분은 인간이면서도 유일하게 끝까지 유혹에 넘어가지 않음으로써 죄를 짓지 않으셨습니다. 그리하여 죄악의 역사는 끝이 나고 구원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어떻게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셨는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예수님이 보여주신 대로 유혹을 이겨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악마는 대단히 교묘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40일 내내 굶으시고 배가 고플대로 고프실 때 예수님께 와서 이렇게 유혹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루카 4,3) 빵 다섯 개만으로도 오천 명의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예수님이시기에 돌 하나쯤 빵으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수님이 배고픔을 참지 못해 돌을 빵으로 만들어서 잡수셨다면 예수님은 더 이상 우리 인간의 구원자가 되실 수 없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유혹은 예수님에게도 대단히 이겨내기 어려운 것이었음에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4일을 굶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4일을 굶으면 더 이상 이성적으로 자신을 다스릴 수 없게 됩니다. 예수님은 40일을 굶으셨습니다. 제가 예수님이었다면 악마가 유혹하기도 전에 돌 몇 개를 빵으로 만들어서 정신없이 먹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루카 4,4)

 

 예수님은 생의 마지막까지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의 뜻에만 전적으로 순종하며 당신의 목숨마저도 하느님께 다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그 안에 더 이상 악마의 유혹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그대로 본받고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유혹은 끊임없이 찾아와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그 유혹을 이겨내려 하지 말고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의탁으로 유혹을 이겨내야 합니다. 우리의 의지는 유혹을 이겨내기에는 너무나 약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충실함과 하느님을 향한 온전한 의탁. 이 두 가지야말로 우리가 악마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우리 신앙의 원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