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오는 사람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종교인’이고, 다른 하나는 ‘신앙인’입니다. 먼저 종교인은 말 그대로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천주교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고, 주일 미사를 참례하고, 더 열심한 경우 성당 내에서 다른 활동들을 합니다. 종교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습니다.

 신앙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을 참으로 알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성당에 오며, 평소에도 늘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신앙인은 언제나 하느님의 뜻과 일을 먼저 생각하며, 오늘 복음 말씀처럼 하느님의 쓸모없는 종으로서,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바치는 사람입니다.(루카 17,10 참조)

 우리가 겉으로 보기에는 종교인과 신앙인을 구별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삶을 보면 구별이 가능합니다. 종교인의 삶은 성당에 오는 것과 주일 미사를 참례하는 것 이외에는 세상 사람들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 속에 기도, 하느님과의 만남, 하느님의 일 등은 거의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가다가 주일이 되면 주일 미사 한 번 참례하고, 그 외에는 다시 똑같은 일상의 반복입니다.

 신앙인의 삶은 그 속에 반드시 기도가 들어 있습니다.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라는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말씀대로 아침에 눈뜰 때부터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신앙인들은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로 모든 것을 시작하고 마칩니다. 이것은 비단 식사 전후 기도와 같이 정해진 기도 이외에도 모든 일을 기도로 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신앙인은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지, 어떻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에 맞는 것인지를 늘 생각합니다. 신앙인에게는 삶의 모든 일이 기도가 되고, 모든 일 안에 하느님의 뜻이 있으며, 하느님의 섭리로 모든 일이 이루어짐을 알고,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신앙인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의 일들과 취미생활보다 하느님의 일들과 하느님의 말씀이며, 그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이 참된 삶이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믿음은 결국 삶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종교인과 신앙인의 차이도 결국 삶으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주일 미사를 매주 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말 어떻게 사느냐 입니다. 사람은 그가 어떤 종교나 신념을 가지고 있었느냐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느냐로 평가받습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나 이태석 신부님이 사후에 존경받고 기억되는 이유는 그분들이 신부 수녀였기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대로 직접 살았기 때문입니다.

 요한 복음 4장에 나오는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보면, 하느님께서는 진실한 예배자들을 찾으십니다.(요한 4,23) 종교라는 이름만 가지고 성당을 나오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만나려는 사람들을 찾으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