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이냐?”(루카 17,17-18) 

 지금 예수님께서는 나머지 아홉 명의 환자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셔서 찾으시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이 정말 사제에게 가서 몸을 보였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시는 것일까요? 둘 다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물음은 우리에게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을 향한 하느님의 첫 번째 질문을 떠오르게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을 에덴 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명령하십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창세 2,16-17) 그러나 하와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그 열매를 따서 먹고 아담에게 주자, 아담도 그것을 먹었습니다.(창세 3,6 참조)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 속에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듣고, 하느님 앞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습니다. 이때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이렇게 물으십니다.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 지금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가 어디에 숨었는지 몰라서 찾으시는 것일까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첫 번째 인간인 아담과 하와는 인류 전체를 상징합니다. 그렇기에 하느님께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창조하신 뒤, 인류 전체에게 처음 던지신 질문이 바로 ‘너 어디 있느냐?’ 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어디에’ 라는 의문 부사는 단순히 어떤 장소를 가리키는 물음이 아닙니다. 지금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신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아마 곧바로 대답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정말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내 마음의 상태는 어떠한지,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등등 많은 것들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날마다 “너 어디 있느냐?” 라는 하느님의 이 물으심에 대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은 엄청나게 변할 것입니다. ‘나’ 라고 하는 존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를 향하여 걸어가고 있는지, 지금 나의 삶은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과연 어떤 모습인지, 하느님께서 나를 찾으실 때 나는 숨지 않고 당당히 그분 앞에 나아갈 수 있는지를 날마다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 우리 모두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언젠가 하느님께서 정말 우리에게 “너 어디 있느냐?” 라고 물으실 때, “예, 주님! 저 여기 있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