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으로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지금, 교회가 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는 우리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죽음을 잘 준비하고 부활의 삶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부활하고 나면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이 없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고 말씀하십니다.(루카 20,36) 또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의 하느님이시며,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라고 하십니다.(루카 20,38)

 그러나 부활은 모든 사람에게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 받는 이들이 하늘나라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루카 20,35) 이 말씀은 곧 우리가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 받을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요한 묵시록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곧 간다. 나의 상도 가져가서 각 사람에게 자기 행실대로 갚아 주겠다.”(묵시 22,12)

 우리가 죽고 나서 예수님 앞에 섰을 때 예수님은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행실대로 우리에게 갚아 주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의 행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내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살아서 과연 내가 구원받을 수 있겠는지, 지금 나의 삶이 하느님의 뜻에 맞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정말 진지하게 우리의 행실과 삶을 돌아본다면 회개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제일 먼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한 묵시록에서도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너는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생각해 내어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여라. 네가 그렇게 하지 않고 회개하지 않으면, 내가 가서 네 등잔대를 그 자리에서 치워 버리겠다.”(묵시 2,4-5)

 우리는 하느님의 이 말씀을 가볍게 흘려 들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회개하지 않으면 우리는 부활도, 영원한 삶도 누릴 수가 없습니다. 회개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metanoia’는 ‘가던 길에서 돌아서다’, ‘방향을 바꾸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회개는 우리가 그동안의 삶의 길에서 돌아서서 하느님께로 방향을 바꾸어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my way’로 계속 살아간다면 생의 마지막 날 우리는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나의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요한 묵시록의 하느님 말씀대로 내가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지금 내 삶에서 무엇이 하느님 뜻에 맞지 않는지를 찾아내어 다시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살도록 노력합시다. 회개는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긴 여정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이기에 하느님께로 돌아섰다가도 또 죄를 지어 추락하고 하느님과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위령 성월의 첫 번째 주일인 오늘, 우리의 마지막과 죽음을 생각하면서 회개의 삶을 충실히 살아갈 것을 하느님 앞에 다짐합시다. 하느님께서도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죽을 때까지 충실하여라. 그러면 내가 생명의 화관을 너에게 주겠다.”(묵시 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