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수님께서는 어떤 부자와 거지 라자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부자는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고, 거지 라자로는 부자의 집 대문 앞에서 종기투성이의 몸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라자로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랬으나, 부자는 라자로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부자의 무관심 속에서 라자로는 결국 굶어 죽었습니다.

 라자로는 죽은 뒤에 하늘 나라에 가서 아브라함의 품에 안겼습니다. 그리고 부자는 저승에서 고통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기본적인 교리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이 세상에서 착하게 살았던 사람은 죽고 나서 하느님께 상을 받고, 악하게 살았던 사람은 죽고 나서 하느님께 벌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의 이야기는 이 기본 교리 상식과는 조금 맞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이야기에서 라자로는 어떤 착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라자로는 부잣집 대문 앞에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종기투성이의 몸으로 가만히 누워 있다가 죽었습니다. 또 부자는 어떤 악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부자는 자기 집 문 앞에 누워 있는 라자로를 미워하거나 욕을 하거나 내쫓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무 관심이 없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라자로는 죽어서 하늘 나라에 가고, 부자는 죽어서 지옥에 갔습니다.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느님께서 항상 가난한 사람들을 먼저 선택하신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가난하고, 약하고, 힘없고, 고통 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먼저 선택하셔서 그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이 사실을 가장 잘 보여 주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선언하셨습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너희는 배부르게 될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루카 6,20-21)

오늘 예수님의 이야기는 이 행복 선언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보여 줍니다.

 부자가 지옥에 가게 된 것은 거지 라자로에게 무관심했기 때문입니다. 몸도 움직이지 못할 만큼 아파했고, 부자가 음식을 줘야만 살 수 있었던 라자로에게 무관심했기에 결국 라자로는 죽었습니다. 이 무관심이야말로 하느님께는 엄청난 죄악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심판에 대해 가르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마태 25,45)

 나의 무관심으로 힘없고 가난한 누군가가 고통 받을 때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고통을 받으시는 것입니다. 우리들 곁에는 늘 가난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분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지 않고 살아간다면, 우리도 결국 오늘 복음의 부자와 똑같은 사람들이 됩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죽고 나서 하느님 앞에 서게 된다면, 우리는 그분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