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좌우명이라든지 급훈등과 같은 개인이나 단체가 인생을 삶에 있어서 혹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내세우는 말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에게도 제가 항상 제자신의 중심을 찾기 위해 마음에 새긴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밥값 하면서 살자＂ 인데 저에게는 굉장히 진지한 의미로 다가 오지만 많은 다른 분들에게는 그렇지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지은 제일 큰 죄 중에 하나는 쓰레기를 많이 만드는 죄였습니다． 처음에는 일회용품을 쓰시는 교우 분들을 볼 때마다 거부감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는 저도 일회용 식기를 쓰는 데에 아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문득문득 놀라고 있습니다． 이 죄와 함께 제가 크게 짓고 있는 다른 죄 하나는 음식 버리기 입니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신 어르신들은 아시겠지만 쌀 한 톨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죄였고 그로 인해 꾸중을 들으신 분들도 많은 줄 압니다． 실제로 음식을 버리는 행위는 ＂살인 하지 말라＂는 계명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데도 저는 미국에 와서 참 음식을 많이 버렸습니다． 특히 성당행사 후에 남는 음식들은 제가 혼자서 다 해결할 수 없어서 버린 적이 많았습니다． 처음 버릴 때에는 거부감이 많이 일었지만 요즈음에는 이런 습관에 젖어있는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오늘의 복음의 주제는 예수께서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고 당신을 먹어야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먹는 사람에게는 음식이 음식일 뿐이겠지만 음식이 된 입장에서는 생명을 저희에게 내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닭， 소， 돼지 같은 동물이든 아니면 식물이 되었던 간에 말입니다． 우리는 음식을 먹어서 생명을 유지하지만 우리에게 음식이 되었던 것들은 우리에게 생명을 내어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밥값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소가 죽어가면서 자기를 음식으로 먹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물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한 생명이 죽어 갈 때에는 그 생명으로 인해 산 생명들은 죽어간 생명보다 더 큰 의미를 삶에서 찾아야만 합니다． 그것만이 죽어간 생명에 대한 도리이고 예의인 것입니다． 밥값 못하고 자기 배만 불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잘못된 말이나 그릇된 신앙관으로 남에게 피해 주는 사람들． 별일 아닌 일상적인 행동 같지만 이런 행동들은 다른 사람들의 신앙을 오염시키고 그릇된 인간관을 전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공동체를 위해서 밥값 하는 인생이 되어야 합니다． 제가 신학생 시절 하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식사를 하기 위해 동료 신학생들과 식탁에 둘러 앉았을 때 저는 밥이 저를 향해 웃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밥이 웃고 있다면 의아해 하시겠지만 당시엔 실제로 밥이 저를 향해 웃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제가 신학생 시절 동안 가장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 하루였고 그런 날에는 밥이 저를 향해 웃어주었습니다． 살기 위해서 먹는 것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 왜 살고 있는가에 대해 물음을 던져 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몸을 내어주시는 주님을 위해 몸값 하는 신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몸값 밥값 하기 위해 노력할 때 진정한 신자 진정한 교회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영성의 샘
"하느님의 은총은 세례를 받은 이 사람들을 예전과는 다른 사람을 만들어 내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은총은 이들의 본성을 다르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의지를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은총은 추잡한 모습을 한 악을 버리고 아름답고 영광된 선을 바라보게 합니다. 그러므로 예전의 것을 모두 잊어버립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시민과 같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킵시다. 우리 안에 사시는 분의 품위에 맞게 말하고 행동합시다."(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