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오늘 복음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시며 인간이신 주님의 선구자 요한이 얼마나 자신을 낮추는지 보십시오. 여자에게 태어난 이들 가운데 이 사람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사람이 당신이 그리스도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요한은 대단히 위대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러한 실수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요한이 바로 그리스도가 아닌지 궁금하게 여겼습니다. 그들은 정말로 궁금하게 여겼기 때문에 요한에게 질문을 한 것입니다.

요한이 겸손의 스승이 아니고 교만한 자였다면 굳이 착오를 바로잡지 않고 그냥 그들이 생각하고 있던 바를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랬더라면 그는 사람들이 자기를 그리스도로 여기게 만들려고 무리했을 수 있습니다. 만일 실제로 그런 시도를 했다가 사람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그는 배척을 당하고 고립되어 낙담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에게는 경멸을 당하고 하느님께는 단죄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로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믿도록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자기에 관해서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오해를 그냥 받아들여 자신의 위상을 자랑할 수도 있었습니다.

설령 그가 합당한 인물이었다 하더라도 그리스도에 비하면 얼마나 열등한지 생각해 보십시오. 요한이 얼마나 스스로를 낮추는지 그의 말을 잘 보십시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요한은 자신이 그분의 발아래 엎드릴 정도의 자격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그분은 한없이 높이면서 요한 자신은 그분의 발, 아니 신발 끈을 만지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고백하지 않습니까? 이렇듯 요한은 교만한 이들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회개의 길을 선포하기 위하여 온 것입니다.”(『설교집』 293A,4)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요한이 참으로 위대한 인물이었던 이유가 바로 그의 한없는 겸손함에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3년 3월에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교황의 자리를 미련 없이 물러나시고 바티칸을 떠나 교황님의 개인 별장으로 가셨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교황님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하여 별장 앞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때 한 여성분이 들고 있던 피켓의 문구를 모든 카메라가 집중해서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문구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베네딕토 교황님, 당신의 그 자기 낮춤이 당신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한국 교회는 1984년부터 해마다 대림 제3주일을 자선 주일로 지내오고 있습니다. 성경과 교부들은 특별히 단식과 기도와 자선을 그리스도인의 내적 참회의 방식으로 강조했습니다. 교부들은 단식이 자신에 대한 회개를 나타낸다고 보았고, 기도는 하느님께 대한 회개를, 그리고 자선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회개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성경과 교부들은 우리가 죄의 용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세례와 순교를 통한 근본적인 정화, 이웃과 화해하려는 노력, 참회의 눈물, 이웃의 구원에 대한 관심, 성인들의 전구, 그리고 ‘허다한 죄를 용서해 주는’(1베드 4,8) 사랑의 실천 등입니다. 허다한 죄를 용서해 주는 사랑의 실천의 구체적인 형태가 바로 자선입니다. 세례자 요한도 자선을 강조하면서 군중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3,11)